출산, 엇갈린 운명

되, 물림

by 밤얼음

금화의 배가 달을 다 채워가고 있었다.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하루를 세 번씩 넘기며 배는 더 단단해졌다.


"배가 산만한 애를 오르락내리락하게 하지 말고, 위로 갖다 줘라, 위로."


정자는 몇 달째 계단을 등에 지고 살았다.

그날도 한 상 가득 차린 밥상을 들고, 한 칸씩 올랐다.

움켜쥔 손끝이 붉게 물들었다.


문을 열자 방 안에 쌓인 온기가 얼굴을 덮쳤다.

느릿한 음성이 층을 이루며 작은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금화는 침대에 기대 누워 있었다.

둥글게 솟은 배.

그 위로 얹힌 무룡의 손.

옆에는 얇은 책을 든 다른 손.


"돌려줘. 그건 네 것이 아니야. 아기 사슴이 말했..."


무룡의 목소리가 조용히 흐르다 멈췄다.

동시에 손이 금화의 배에서 떨어졌다.

헛기침.


"태교에 좋다고... 어머니가 그러셔서."


변명처럼 흘린 말만 남기고 정자 곁을 스쳐 방을 나갔다.

상을 내려놓고 돌아서려는 정자를 금화가 붙잡았다.


"형님."


정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다시 등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어디 가서든, 잘 지내세요, 형님."


"...어디 가서든?"


"어머.

그럼 제가 아이 낳은 후에도 이 집에 계시려 했어요?

아이 엄마가 둘일 순 없잖아요."


그 순간.


"아..."


금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얇은 신음을 뱉으며 배를 감싼 몸이 뒤로 젖혀졌다.

하얀 천이 서서히 젖어들었다.

정자가 발을 움직이려던 그때였다.


방문이 다시 열리며 신문을 손에 쥔 무룡이 들어섰다.


"금화야?"


무룡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신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곧장 금화 허리를 붙잡아 몸을 받친 채, 시 정자를 지나쳤다.


계단이 무너질 듯 울리고, 현관문이 세게 닫혔다.

곧바로 갑례의 고함이 아래층을 뒤흔들었다.


"우리 손자 나오나 보다! 얘, 얼른 애기용품 챙겨라."


멍하니 손을 더듬어 수납장을 열었다.

천기저귀, 속싸개, 겉싸개, 젖병...

하나씩, 하나씩 꺼냈다.


마지막으로,

작고 하얀 배냇저고리.


가슴에 끌어안았다.

천이 부드러웠다.

고와서

보지도 못하고 보낸 숨결이 만져질 것만 같았다.


"미안해..."


떨리는 입술 사이로 울음이 차올랐다.

작은 옷을 붙잡은 채, 입을 틀어막았다.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벌어지는 손가락 사이로 숨이 새어 나왔다.


어느새 밤 짙어졌다.


갑례의 말에, 부엌에 섰다.

불이 올랐다.

검은 미역들이 물속에서 퍼졌다.

울 수 없는 그림자처럼.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짧은 울림 하나가 부엌 공기를 삼켜버렸다.


정자의 손이 굳어갔다.

냄비 뚜껑이 들썩이며 마찰음을 냈다.

그 소리를 뚫고 갑례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아들이냐, 딸이냐?!"


거실에서 갑례가 숨을 들이켰다.

부엌에서 정자도 숨을 참았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심장이 엇갈렸다.


한 사람은 아들을 바라서,

한 사람은 아들일까 봐.


시계 소리가 멀어졌다.

짧게.

길게.

짧게.

길게.


그리고.


"아들이구나!!!"


깨지는 듯한 웃음. 터져 나오는 환희.


집 안의 대가 이어졌다.


정자의 손에서 국자가 미끄러졌다.

뜨거운 국물이 발등을 파고들었다.

화끈한 열이 심장을 태웠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귀 안에서 한 단어만 울렸다.


아들.


검은 미역이 국 안에서 한 번 더 뒤집혔다.

천천히, 크게.


금화의 꿈에서

붉은 사과를 물고

하늘을 가르던 검은 용이

다시 날아오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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