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닿지 못한 자리

되, 물림

by 밤얼음

오늘도 인성은 약국문을 닫자마자 병실 문을 열었다.


오늘은, 재연의 침대가 비어 있었다.

처음부터 아무도 누워 있지 않았던 자리처럼.

인성이 꽂아두었던 꽃은 사라지고 빈 꽃병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사탕을 채워놓던 상자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간호사를 붙잡았다.


"저기요... 재연이... 이 방 환자 어디 갔나요?!"


간호사는 차트를 넘겼다.


"아, 신재연 씨요?

새벽에 의식이 돌아오셔서 오전 일찍 보호자분이랑 퇴실하셨어요."


의식이 돌아왔다는 말에 인성의 굳어 있던 표정이 풀렸다.

그때 간호사의 말이 이어졌다.


"선생님께서 조금 더 경과를 보자고 하셨는데... 퇴원을 서두르셨어요."


인성은 병실을 뛰쳐나왔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렸다.

시간이 앞질러 달아나고 있었다.


차가 멈춘 곳은 재연의 집 앞이었다.

굳게 닫힌 문을 두드렸다.


"재연아!"


한 번.


"재연아! 어머님!"


잠시 뒤

짙은 술 냄새가 먼저 흘러나왔다.


"뭐야."


문이 열리며 나타난 건 연도 선희도 아니었다.

술병을 든 만식이었다.


"신재연이 오빠네?"


비틀린 시선에 섞인 웃음으로 인성을 훑어보았다.


"여자친구를 찾으러 온 거야, 동생을 찾으러 온 거야?"


사탕을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재연이... 퇴원했다길래요.

... 안에 있죠?"


만식의 소주병이 입 안에서 기울어졌다.

목을 타고 흘러내린 술을 손등으로 훔쳤다.


"깨어났지."


느릿하게 늘어진 목소리였다.


"그 꼴로도,

집에 남아 있던 돈까지 싹 쓸어갔지."


인성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만식의 몸이 비틀거리며 틀어졌다.

그 뒤로 훤히 드러난 거실.

굴러다니는 물건들과 술병들.

이 집에서 어떤 시간이 있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만식을 밀치고 거실을 지나 곧장 재연의 방문 앞에 섰다.


방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텅 빈 공간이 드러났다.

옷장과 서랍.

모든 게 열린 채 비어 있었다.

작은 화장대 위로 시선을 옮겼다.


함께 가기로 했던 여행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햇살이 내려앉은, 넓게 펼쳐진 고요한 푸른 빛깔의 바다.


그리고 그 옆.


익숙한 상자 하나.

수북이 쌓였던 사탕은 비워진 채,

그 안에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인성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접힌 종이가 펼쳐졌다.

재연의 글씨가 하나씩 선명해졌다.



[고마운 인성 씨.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다른 인연으로,

다른 이름으로 불러요.


덕분에 한동안 너무 따뜻했어서

남은 날들이 춥지 않을 것 같아.


부디 건강하세요.

그리고 부디, 다 지워요.


기억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기억할게 영원히.


우리 오빠에게.

재연이가.]



인성이 손에 힘이 풀렸다.

쥐고 있던 사탕 하나가 떨어졌다.

바닥 위를 힘없이 굴렀다.


그녀가,

아니.

동생이 좋아하던

사과맛 사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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