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랑만 살아야 하는 법 (2)

자만파, 자기 만나 파탄

by 밤얼음

"... 준수야."


향기가 서 있었다.

늘어진 가영이를 어깨에 걸친 채.

입술이 붙어 있던 채로, 우린 동시에 멈췄다.


놀람. 분노.

그 아래 깔린 모멸감.

향기의 시선이 입술에서 준수의 손, 그리고 다시 내 얼굴로 올라왔다. 허리를 감싸고 있던 준수의 팔이 풀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향기가 아닌 반대쪽으로.

와인잔을 들이켜 남은 걸 털어냈다.


"... 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잔을 내려놓았다.


"예주라... 너 나한테 왜 이래?"


핸드백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향기 앞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멈춰 섰다.


"이유가 굳이 필요해?"

"... 뭐?!"


향기가 입고 온 원피스를 천천히 훑었다.


"옷이 좀 크다, 향기야?"


어울리지도 않는 명품.


"안 어울리는 옷은 빨리 벗는 게 좋아."


향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싫지 않다.


"네 애인, 나 주라."


오히려, 짜릿하다.


준수가 끼어들었다.


"자기야, 오해야!"


오해?

웃음이 났다.

어차피 며칠 못 가 연락 올게 뻔하니까.


진동이 울렸다.


[향기누나랑 헤어졌어요. 술 사줘요, 누나.]


역시.

결혼반지 하나로 내 급이 떨어질 리가 없지.

향기는 애초에 내 상대가 못 된다.


우린 쉬는 날이 없었다.

금방 식을 줄 알았겠지?


우린 아직도 뜨겁다.

준수는 숨을 고르며 베개 위로 고개를 젖혔다. 젖은 머리칼이 흩어졌다.


"누나 같은 여자가 일찍 결혼한 거 아까워."


그러니까.

나도 내가 아깝다.


"누나 만나고 나서 일도 더 잘되는 것 같아."


남편과는 확실히 급이 다르다.


준수의 폰이 울렸다.

화면에 잠깐 스친 여자 이름.

설마 향기는 아니겠지.

그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회사 직원. 미팅 때문에."


말과 동시에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일 하다 보면 어린 여자애들도 많지?"


내 물음에 준수는 나를 끌어안았다.


"걔네들 떼로 와도 너 못 이겨."


이렇게 한 번씩 너너 거릴 때마다 설렌다.

이 맛에 연하 만나는 거지.


팔을 벌려 그를 안았다. 단단한 등근육이 손끝에 걸렸다. 몸은 또 왜 이리 좋아.


... 섹시하다.

앞으로 보고, 뒤로 보고, 옆으로 굴러 봐도.

흠 하나 없다.


누나 미친다, 준수야.


우리 집 앞.

준수의 차가 멈췄다.


"집에 가기 싫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자기잉, 오늘 늦게 끝나?"

"대신 주말에 기대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거칠게 겹쳤다. 스르르 눈이 감기고, 더 깊어지려는 순간.


가방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내 휴대폰.

내 남편.

아, 뭐야.

입술 사이로 남아 있던 숨이 끊겼다.


"받아."


준수가 낮게 웃었다.


"됐어. 이제 집에 들어갈 건데 뭐."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인간은 눈치도 없다, 진짜.


숨을 고르고 차 문을 열었다.

차 밖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


남편이었다.


"... 저 놈 누구야."


남편이 거칠게 차 문을 두드렸다.


"문 안 열어?!"


나는 재빨리 남편의 팔을 붙잡았다.


"아우 쫌! 왜 이래, 창피하게!"


그리고

남편이 아닌 준수에게 외쳤다.


"자기야! 얼른 가!"


차가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지금... 내 앞에서 딴 놈한테 자기라 그랬어?"


"저 차 얼만 줄이나 알아?"


남편의 얼굴이 굳었다.


"그것도 모르면서 문을 그렇게 두드려?"


"너 결혼한 여자야! 잊었어?!"


지긋지긋해.

그놈의 결혼, 결혼, 결혼.


결혼이 뭔데, 도대체.

뭐 자격증이라도 돼?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안 했지.


"결혼했으면 뭐.

요즘 같은 세상에

한 남자랑만 살아야 하는 법이라도 있어?"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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