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는 하루

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by 밤얼음

"싫어. 나 오늘 유치원 안가."


눈을 뜨자마자 들려온 꿈에서도 닿지 않던 목소리. 식탁 위 식빵 두 장. 현관의 작은 운동화 한 켤레.


"오늘은 엄마랑 하루 종일 같이 있자."


작은 팔이 그녀의 목을 감았다. 품 안에 스며드는 따뜻한 체온과 살아 있는 숨결. 지금 이 순간이 기적 같았다.


"와아! 우리 엄마 최고!"


똘망똘망한 눈, 오밀조밀 예쁜 코와 입.


'오늘 너의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을게.'


온종일 놀이동산에서 뛰고, 웃고, 넘어지고, 안겼다.


"엄마, 아 해."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 작은 손에 쥔 감자튀김, 사랑스러운 미소, 지나가는 바람. 시간은 벌써 저물어가고 있었다.


매일 그냥 지나쳤던 집 앞 놀이터. 오늘은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탔다.


"엄마, 여기 엄마랑 내 집이야."

"아빠는?"

"아빠는 하늘나라에 큰 집 있잖아."


그 해맑음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엄마, 유치원 잠깐 가자. 엄마한테 편지 쓴 거 어제 깜빡했어."


바로 그때, 갑자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멎었다.


작은 우산 하나 들고 어가던 아이.

아이를 떠나보냈던 그 장소. 똑같은 비.


"오늘 엄마한테 꼭 주고 싶단 말이야."


울먹이며 소매를 잡는 손. 신호등이 깜빡이고,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다. 아이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안 돼!!!"


그녀는 아이를 끌어안았고, 둘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안 돼, 은별아...! 가면 안 돼..."

"엄마... 왜 울어..."

"...엄마랑 같이 가자."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는 편지를 받아 집으로 왔다.


작은 숟가락으로 밥을 천천히 먹여주었다. 따뜻한 물로 정성껏 씻기고, 이가 가장 좋아하는 잠옷을 입혔다. 곱게 머리도 빗겨주었다.


간 내내 그녀는 아이의 숨결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리고 조용히, 아이를 품에 안고 누웠다.


"은별아."

"응?"

"엄마가 우리 아가 아주 많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엄마."


그녀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다시는 혼자 보내지 않을게."


아이의 눈이 살짝 감겼다가, 다시 천천히 떠졌다.


"엄마, 오늘 엄마랑 놀아서 너무 신났어."


그녀의 눈가가 흔들렸다.


"나 졸려... 엄마, 편지 꼭 보고 자야 돼..."


작은 손이 쥐여준 편지를 조심스레 펼쳤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나는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좋아요. 엄마는 웃을 때 제일 예뻐요. 내 소원은요, 엄마가 매일매일 웃는 거예요. 엄마가 웃으면 은별이도 따라 웃어요. 엄마를 사랑하는 은별이 올림.'


삐뚤빼뚤한 글씨 사이로 하트와 별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은별. 밤하늘의 작은 빛.


억눌러두던 울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식어가는 체온을 붙잡듯.


"알았어, 은별아. 네가 좋아하는 웃음... 많이 보여줄게. 엄마가 다 보여주고 갈게.

너 없는 오늘이 아니라, 너에게 가는 내일이 되도록... 그렇게 살아볼게.

우리 아가... 잘 자고 있어..."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하루를 열 수 있다. 하지만 그 하루에서 돌아올지, 남을지는 들의 선택이다. 답을 아는 건 언제나 그들이다.


"돌아오셨요."


모든 것은 그대로였지만 하나는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아이의 편지.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아이가 저에게 바라는 게 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편지를 품에 안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을 닫으려던 순간이었다.


털썩.


한 남자가 쓰러지듯 문 앞에 주저앉았다. 술 냄새가 공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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