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술 냄새가 늦은 밤공기를 찢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의 등 위로 길게 흘렀다. 마치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비추는 것처
"괜찮으세요?"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제가 찾던 가게가... 안 보여서요."
나는 그를 부축해 안으로 들였다. 의자에 앉히자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숨을 고르는 소리만 남았다.
"여자친구랑 자주 가던 포장마차가 있었는데요. 분명 이쪽이었던 것 같은데..."
고개를 든 그의 눈이 붉었다. 울어서가 아니라, 오래 참아서.
"헤어진 지 꽤 됐는데도 이 동네만 오면 생각이 나요."
주문한 건 바닐라라떼였다. 그녀가 좋아했다는 커피. 그는 그녀 대신, 그녀의 취향을 마시고 있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다른 남자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은 또 안아줬어요."
말끝이 흐려졌다.
"진짜 나쁜 년이었죠."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옆에 있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였어요.
이건 도저히 할 짓이 아니다 싶어서 제가 먼저 떠났는데..."
그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다 덧붙였다.
"그리고 이렇게... 병신같이 몇 년째 후회하는 중이고요."
카페 안이 고요해졌다. 시계 초침 소리만 또각거렸다.
"누굴 만나도,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아요."
"여전히 많이 사랑하시나 봐요."
"저는 아무래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아요."
카페의 공기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조명이 잠시 깜빡였다. 창밖을 보던 그의 시선이 내 쪽으로 돌려졌다.
"다시 만난다고 해도
전 똑같이 아플 거고, 똑같이 후회하겠죠.
그걸 다 아는데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상처도 행복할 것 같네요."
그의 시선이 커피잔으로 떨어졌다. 어느새 식어버린 바닐라라떼.
"원래 단 건 정말 싫어하는데.
그녀가 보고 싶을 때면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게 되더라고요."
나는 그 잔을 바라보았다.
"그게... 추억의 열쇠인 것 같네요."
"네?"
"그날로 돌려드릴 수 있어요."
조명이 크게 깜빡이며 빛이 번졌다.
"당신의 후회마저 사랑이라면요."
붉었던 그의 눈빛이 선명해졌다.
"돌아가고 싶어요. 그날로."
시간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카페의 빛이 틈을 만들었다.
커피잔에 남아있던 라떼가 잔잔히 물결쳤다.
세상이 접히듯 그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 위로 작은 먼지들이 떠다녔다.
"다시, 사랑이 가장 잔인한 쪽을 선택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