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AIR-X 리뷰를 작성 당시 느꼈던 에어팟 열풍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에어팟 이외에 다른 완전 무선 이어폰(이하 TWS)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무난한 성능으로 TWS 대중화에 기여한 QCY T1이 가장 많이 눈에 띄고, 갤럭시 S10 구입 시 사은품으로 제공되었던 갤럭시 버즈 역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또한 QCC302X 칩을 장착함으로써 연결성과 음질 모두 크게 향상한 제품들도 10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데, 이런 와중에 대중성과 가성비와는 거리가 먼 제품임에도 구입한 제품이 오디오 테크니카의 ATH-CKS5TW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음질의 아쉬움을 해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AIR-X는 QCC 3026칩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연결성과 한번 충전 시 10시간이라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었지만, 음질만 평가하자면 간신히 '보통'으로 평가되는 제품이었기에 '음악 감상'이라는 본연의 기능에서는 늘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한번 충전으로 15시간을 사용할 수 있고, APT-X를 지원한다는 제품이 나왔을 때 한번 써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심지어 제조사는 나름 오랫동안 음향기기를 만들어왔던 오디오 테크니카였으니 기대감도 컸고요. 물론 명성에 어울리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손모가지까지는 아니었지만 판돈을 크게 걸어야 했습니다. 국제 배송비와 관세까지 포함하면 애플의 최신 블루투스 이어폰이 파워 비츠 프로를 구입할만한 금액이었으니까요.
구성품에는 이어팁 4종류(XS, S, M, L)에 C 타입 USB 케이블, 이어 후크 2종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귀에 맞는 이어팁을 정확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평가
홍보용으로 나온 사진만 보면 이어폰 자체의 크기가 상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게까지 크진 않습니다(제 느낌으로는 착용 시 갤럭시 버즈 정도로 눈에 띄는 듯싶습니다). 하지만 놀라웠던 점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있는 제품이었음에도 이제까지 사용했던 10개 남짓한 블루투스 이어폰 중에 가장 착용감이 좋았다는 것입니다. 단!! 귀에 맞는 이어팁을 골랐을 때 이야기입니다. ATH-CKS5TW는 제품은 이어 후크와 이어팁의 조합으로 고정력이 유지되는데 혹시 동봉된 이어팁중 자신에게 맞는 이어팁이 없다면 이어폰이 그냥 흘러내리게 되니까요.
홍보문구에는 한번 충전으로 15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쓰여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용 가능 시간은 연결하는 기기와 볼륨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제조사의 설명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자체 테스트에 따르면 APT-X 코덱으로 연결 후 볼륨 50%로 한 시간 동안 재생했을 때 5~10% 정도 소모되었습니다.(이 제품은 배터리 용량이 5% 단위로 표시되기 때문에 정확한 양은 알 수 없었습니다) SBC나 AAC로 연결 시에는 더 오래 쓸 수 있겠지만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사용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네요.
AIR-X는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간에서도 거의 끊김이 없었는데 이 제품을 착용하고 같은 장소를 돌아다녀 본 결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끊김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확실히 AIR-X보다 확연히 좋습니다. 같은 재생장치로 연결했을 때 소리 자체가 맑고 선명하게 들렸고 화이트 노이즈도 줄어들었으니까요. 또한 저음이 잘 살아있음에도 음 분리가 잘 되어 있어서 이전에는 뭉뚱그려져서 들렸던 몇몇 악기들의 소리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AIR-X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하지만 해당 어플은 펌웨어 업데이트 기능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개인적으로 제조사 측과 연락해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TH-CKS5TW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모두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코덱과 버튼 설정, 간편한 사용을 위한 퀵 가이드 및 펌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합니다. 특히 펌웨어 업데이트는 이어폰 연결 후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바로 알림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구입하신 분이 있다면 처음 사용하기 전에 업데이트를 하시고 사용하시면 좋을듯싶습니다.
AIR-X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있는 제품이었음에도 제품 자체의 외적 완성도가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ATH-CKS5TW는 이어폰과 케이스 자체가 무척 깔끔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느낌인지라 처음 제품을 보는 순간부터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네요.
사진에서 왼쪽의 케이스가 ATH-CKS5TW, 오른쪽이 AIR-X의 케이스입니다. 높이는 AIR-X 쪽이 살짝 높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로 길이는 ATH-CKS5TW 쪽이 큽니다. AIR-X의 케이스가 조금 튀어나오긴 하지만 청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라면 ATH-CKS5TW는 파우치나 가방 없이는 휴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요즘은 터치식이 대세긴 하지만 의외로 오작동이 적지 않은지라 개인적으로는 물리버튼을 더 선호합니다. 그런데 AIR-X와 달리 이 제품은 버튼이 이어폰 위쪽에 달려있는데 이게 은근히 누르기가 불편합니다. 특히 경우에 따라 두 번 또는 세 번 연속 눌러야 하는 경우도 있음에도 버튼의 크기가 작고 위치도 애매해서 원하는 만큼 누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으니까요. 물리버튼이 이어폰 옆쪽에 달린 제품들은 누를 때 이압이 증가해서 소리가 달라지거나 귀가 아픈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절반밖에 성공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 설계였습니다.
분명 ATH-CKS5TW는 AIR-X보다 소리가 좋다고 평가할만합니다. 하지만 두 제품의 가격차이는 대략 8만 원 정도인데 누군가 그 정도 돈을 더 줄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면 선뜻 긍정적인 답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AIR-X 자체도 요즘 나오는 TWS 중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있는 편에 속하는데 소리가 더 좋은 제품을 권하고 싶다면 저렴한 제품들 중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TWS를 구입하는데 소리가 유일무이한 기준은 아니겠지만 '적당한 소리와 괜찮은 연결성을 가진 제품 2개를 구입할만한 소리의 가격'인지를 고민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기 전까지 반품 여부를 두고 고민했었습니다. 분명 만족스러운 점도 적지 않았지만 아직 작동하는 AIR-X를 대신할 만큼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는 확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리뷰를 작성하다 보니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ATH-CKS5TW는 장점이 풍부한 제품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이 제품을 구입하라고 권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추세로 보자면 이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도 비슷한 음질을 느낄 수 있는 기기들이 얼마든지 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괜찮은 음질과 착용감, 연결성이 필요하다면 차후에라도 고려해볼 만한 제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마 그런 날이 온다면 이미 가성비는 잠시 접어두셨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