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럼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로.
<건축학개론>
<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67165#752937>
극장에는 매년 수백 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천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의 목록은 점점 더 늘어가지만 살면서 두 번 이상 찾아보는 작품의 수는 그와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로는 새로운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도 벅차다는 것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영화가 주는 감동이 예전 같지 않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는데 오늘 감상했던 건축학개론은 다행히도 넷플릭스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극장에서 두 번, DVD로 한번 감상했는데 앞선 세 번의 감상 당시에는 이제훈 씨와 수지 씨의 관계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부분에서만 볼 수 있는 조정석 씨의 연기가 워낙 강렬하기도 했고, 좋은 마음이 좋지 않게 끝나는 기억들이 아프게 다가왔었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니 제대로 보이는 것은 엄태웅 씨와 한가인 씨가 보여주는 상처 이후의 삶이었습니다. 영화 속 배우들은 한결같은데 그 사이 화면 밖에서 나이를 먹은 사람의 눈은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겠죠.
개봉 당시에는 과거를 미화한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다시 감상한 건축학개론 속의 인물들은 어설픈 위로나 듣기 좋은 말로 위안을 삼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에서 도망치지 않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철저히 현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은 오로지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 그것만으로 내 삶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씁쓸함에 대해서는 나지막하게 읊조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