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
잊고 있었군. 오직 적을 때려눕히기 위해 붙여놓은 쇳덩어리였다는 것을..
보기 좋게 빠져나가 버렸어. 잃어버린 존재에 무리하게 붙여놓아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가.
<베르세르크 33권 초반부에서>
누구에게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반짝이는 인생의 한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런 황금 같은 시기를 떠올릴만한 상황이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한참 전에 지나쳐 버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그 시기를 떠올릴 수만 있다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과거의 빛이 강해질수록 현재의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우기에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싼 어둠은 전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럴듯한 환상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충분히 만족스러워하니까요. 과거의 영광을 함께 했던 걸그룹 멤버들이 먹고사는 일에 바빴는지 그간 친밀하게 지낸 흔적은 없지만 십수 년 만에 함께하는 방송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다시 추억을 곱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화재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잊고 싶고, 눈을 돌리고 싶어도 늘 마음속 한구석에는 미심쩍고 석연치 않은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손에 넣고, 어딘가에 가서 새로운 것을 본다고 해도 그 모든 것들은 아주 잠깐 과거의 추억이 부분적으로 재현될 뿐 결코 현재에 녹아들거나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그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결코 뒤를 돌아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금 비루한 옷을 걸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이미 손에서 벗어난 과거의 영광을 덧대어 봤자 결국은 누더기처럼 보일 테니까요. 언제나 그렇듯 말은 쉽고, 글로 표현하는 것은 조금 어렵고 실천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현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남은 하루의 조금이라도 지금의 삶에 함께하고 있는 것들에게 충실하게 대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