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 Fine Thing

사막

(D-31)

by 나이트 아울
"나." 마침내 도리이가 입을 뗐다. 우리는 그를 쳐다보았다. 내게는 육중한 성문이 마침내 천천히 아가리를 벌리는 순간 같았다. "나, 좋아한다, 저런 거." 도리이는 나직하게, 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사막 p.238>






2019년 7월 30일은 하루를 무사히 마감할 수 있다는 안도감 외에는 다른 기억에 남을만한 감정은 없었던 것으로 마무리될뻔했습니다. 어제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이사카 코타로의 '사막'을 보지 않았다면 말이죠.


나름 두께가 있는 책인지라 대여할 때는 다 읽고 반납할 수 있는지조차 미심쩍었는데, 그런 마음 씀씀이가 한 톨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 책의 가독성은 뛰어났고 그 가독성의 그릇 안에는 자꾸만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인물과 이야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한 매력이 담겨 있었습니다. 언뜻 보았을 때는 흔한 일본 대중 소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작가의 필력은 제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좋았고, 몇백 번도 더 본 것 같은 인물과 사건이 글자 밖에서 춤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생생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이 유독 기억에 남게 된 이유는 절반 남짓 읽었을 때 느낀 사소하고도 기묘한 감동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너무 많은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쓰여서 한없이 가벼워져버린 '감동'이라는 단어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책 한 권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다가오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좋은 방향의 의외성이라는 요정은 완전히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곁에 있었다면 조금은 더 자주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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