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사니아스 #10

자네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by 나이트 아울

소크라테스 : 파우사니아스여, 자네를 알고 지낸 지 십여 년이나 되었건만 오늘처럼 어두운 얼굴이 어두웠던 날 은 없었네. 어떤 흉한 일이 자네를 이토록 무겁게 만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는가?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 저는 지금 제 인생의 방향이 흔들리는 느낌에 혼란스럽습니다.


소크라테스 : 인생의 방향이 흔들리다니, 자네의 인생의 방향을 흔들만한 어떤 큰일이 있었던 것인가?


파우사니아스 : 제가 근무하고 있는 초소에 이번에 새로 부임한 동료가 있는데 그 동료는 자신의 이익과 안락함만 챙길 뿐 그 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는 시간은 자신의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제 일이 아니더라도 초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기꺼이 노력을 기울이고 동료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왔습니다. 저는 이런 삶이 만족감을 주기에 한 번도 손익의 관점에서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그 동료를 보니 어딘가 제 삶의 방식이 허무하고 어리석은 것처럼 느껴져서 괴롭습니다.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에서 최선이란 좋고 즐거운 것들로 최대한 인생을 채워 넣는 것 아닐까요?


소크라테스 :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떤 생각이 자네를 괴롭히는지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떠오르는구먼. 혹시 들어볼 생각이 있는가?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의 지혜가 지금 이 순간보다 필요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 파우사니아스여, 자네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지금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 언뜻 보기에 자네는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네. 하지만 내 눈에 자네는 지금 이번에 새로 부임한 동료를 격렬하게 미워하는데 시간을 쏟는 것처럼 보인다네. 자네에게 이런 내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파우사니아스 : 확실히 저는 근무시간에도 자신의 안락함 이외에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는 그 동료를 경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동료에 대한 미움이 아닌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 파우사니아스여, 내가 자네는 십여 년간 봤다는 것은 아까 이야기했었지. 하지만 그렇게 봐온 자네는 성실하고 정직한 것을 무엇보다 삶의 자랑으로 여겨왔다네.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그런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었고. 하지만 그런 좋은 덕목이 자네의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면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고는 했었다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의 존재가 자네가 믿고 있는 삶의 근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혹시 내가 자네를 잘못 보고 있는 건가?


파우사니아스 :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확실히 태만하고 자기 이익밖에 챙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경멸해왔고 그것이 저의 영혼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순간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네. 자네가 함께 일하고 있다는 동료는 아마도 자네 기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나름 주변 사람과도 잘 어울리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네. 만약 그 동료가 주변과 불화하거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면 애초에 자네가 고민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이런 내 생각에 어긋난 부분이 있는가?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의 말씀은 제가 보고 있는 현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역시 그렇구먼. 그럼 여기서 내가 처음에 자네에게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세. 자네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인가?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기준과 다른 삶을 사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중인가?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저는 그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에 휩싸여 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삶의 방향을 바꾼다면 이전에 제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부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냉정히 생각해보면 제가 결심한다고 해도 그런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까요.


소크라테스 : 파우사니아스여, 자네가 여전히 지혜를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하는구먼. 내 눈에 자네는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맞기면서 잘못된 질문과 대답으로 삶을 혼란에 빠트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 그럼에도 자네의 감정적 파도를 조금 누그러트리기 위해 내가 봐왔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그런 자들이 언제나 불행해지거나 패가망신하는 것도 아니라네. 그들 중에 일부는 열심히 살고 타인을 위하는 사람보다 더 성공하기까지 한다네. 최고신인 제우스조차 자신의 운명의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세상에서 인간인 우리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님을 자네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하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떤 삶을 누리는지 여부는 자네의 삶이 방식을 정하는데 전혀 고려할만한 조건들이 아니라네. 자네는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하듯, 자네의 내면을 깊숙이 탐구하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그것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네. 만약 자네가 그런 삶을 살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삶과 자신의 본성과의 괴리 때문에 끝도 없이 괴로워해야만 할 테니까.


파우사니아스 : 그렇다면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제가 미워하는 동료 역시 자신의 본성대로 살고 있는 것뿐이니 미워하거나 화를 낼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소크라테스 : 누구든 자기밖에 챙기지 않는 사람에 대해 미움의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하지만 그들을 미워해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물론 그런 이기적인 자들이 공동체를 망치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제재나 교정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해지는 것일 뿐 그 개인에 대한 징벌이 주된 목적은 아니라네. 만약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자네의 정서를 해치는 것 이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일 테고.


파우사니아스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결국 저는 제 삶을 충실히 사는 것 이외에 남을 미워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군요.


소크라테스 : 지금 자네의 말이 정확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네. 파우사니아스여, 나는 자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일찍 한 줌의 흙이 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이라네. 자네 역시 언젠가 그렇게 될 운명이고. 모든 인간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 잠깐 있다가 떠나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의 행복과 지혜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우리가 완전하지 않은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감정에 흔들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흔들림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네 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혜와 옆에서 자네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응원이라네. 이기적인 삶밖에 살지 않는 자들은 평생 가질 수 없는 이 두 가지 것들을 가진 자네가 그들의 모습을 부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나는 올림푸스의 모든 신 앞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싶구먼.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 덕분에 제가 다시금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되었네요. 선생님의 애정 어린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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