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드 러셀
개별적인 인간 존재는 강물 같아야 한다. 처음에는 미약하다가 좁은 강둑을 따라 흐르게 되고, 때가 되면 열정적으로 바위들을 지나 폭포 위로 돌진한다. 강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제방이 멀어지면 강물은 더욱 빠르게 흐르며, 마침내 눈에 띄는 휴식도 없이 바다와 합쳐지고 나면 아무런 고통 없이 자신의 개별적인 존재를 잃어버린다. 나이가 들었을 때 자기 삶을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개별적인 존재는 소멸되더라도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지속될 테니까. 게다가 활력이 사라지고 피로감이 커지면 이제는 쉴 수 있다는 생각 또한 반가울 것이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하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들을 다른 이들이 계속 수행하리란 걸 의식하면서,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능했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생각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죽어 가고 싶다. (p. 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