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다

로스트 인 더스트 (2016)

by 나이트 아울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02924#1099916>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모두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 세상에는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었든지, 재난을 겪었든지 혹은 그냥 불운한 사정이 있었던 상관없이 언제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고 이야기하니까요. 이런 종교에 가까운 믿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순순히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비참하게 살아가기를 거부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황량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 데이빗 맥킨지 감독의 2016년 작 '로스트 인 더스트'입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텍사스를 배경으로 은행 강도를 벌이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법자의 삶을 살던 형 태너(벤 포스터)와 달리 은행강도 이외에는 단 한 번의 전과도 없던 토비(크리스 파인)는 어머니를 비참하게 만들고 남은 유산마저 헐값에 가져가려는 은행에 대한 복수심과 경제적인 궁핍해서 벗어나기 위해 범죄의 길을 택하는데, 영화는 두 형제의 범죄의 결과물을 묵인하는 변호사의 입을 통해 한번, 레인저 헤밀턴(제프 브리지스)과 그의 부관이 나누는 대화에서 다시 한번 은행탐욕과 악행에 대해 통렬히 비판합니다. 백인들이 발을 딛기 전에 그곳에 살다가 쫓겨나 이름만 남긴 코만치 부족의 삶을 이제는 은행 때문에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반복하고 있다는 분노를 담아서 말이죠.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02924#1131160>


영화의 배경이 되는 텍사스는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총을 휴대하고 다니고 우연히 들린 식당의 종업원조차 강렬함을 감추지 않는 그곳에서도 미국적 가치는 자본주의의 가치로 대체되어 곳곳에는 빚과 파산을 해결해주는 간판만 널려 있을 뿐 어떤 생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은행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먼지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아버지로서 자식까지 그렇게 되도록 바라만 볼 수는 없기에, 누군가는 길을 잃고 선량함을 벗어던져 범죄의 세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아마 이런 모습은 미국뿐 아니라 돈을 거머쥐는 것이 유일무이한 성공으로 평가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일상에도 분명히 깊게 침투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느 순간 길을 잃었을 때 저지른 과오가 자신의 등 뒤에 다가와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 순간에는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토비를 끝까지 추격하기로 결심한 헤밀턴처럼 인과(因果) 끝에서 비롯된 거대한 그림자가 결국 자신이 저지른 과오와는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냉혹한 세상의 이치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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