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vin Air-X 블루투스 이어폰
길거리를 걷다 보면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게 보이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는 사람의 수는 지난 몇 년간 확연히 늘었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 블루투스 칩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끊김 문제가 확연히 줄어들었고(제가 처음 구입했던 블투 이어폰인 플랜트로닉스 백비트 903은 블루투스 2.1이었습니다) 음질 역시 상당히 괜찮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이어폰을 구입하기 위해 검색해봐도 너무 많은 종류가 나와서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실제로 길에서 눈에 띄는 제품들, 특히 완전 무선 이어폰 종류만 놓고 보자면 문자 그대로 '에어팟과 기타 등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에어팟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물론 에어팟이 눈에 많이 띄는 데에는 아이폰의 인기도 한몫했겠지만 에어팟 가격의 1/3 이하로도 고를 수 있는 이어폰도 무수히 많음에도 쓰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은, 단순히 애플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간 출시된 다른 완전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이 에어팟을 능가할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에어팟의 패권에 도전할만한 제품이 바로 Mavin Air-X입니다.
Mavin Air-X를 처음 접했던 것은 인디고고에서 펀딩을 받을 때였습니다. 인디고고나 와디즈같은 펀딩 사이트를 이용해보신 분이라면 말이 펀딩이지 약속한 날짜에 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펀딩이 끝나고 잠적하거나 처음에 약속에 훨씬 못 미치는 제품이 배송되는 일이 일상다반사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저 역시 이 제품을 접했을 때 제가 느낀 첫인상이 딱 '사기'였는데 그 이유는 제품에 대한 설명 때문이었습니다.
• 10 hours Of Playtime Per Charge(한번 충전할 때마다 10시간 재생 가능)
• Total 50 hours With Smart Case(케이스 이용 시 50시간 이용 가능)
• Bluetooth 5.0(블루투스 5.0 칩 탑재)
• 100 Feet Bluetooth Range(100피트 전송거리)
• TrueWireless Stereos Plus+(완전무선 스테레오 플러스 연결)
• Low Latency(저전력)
• Qualcomm’s newest QCC3026 chipset(퀄컴사 최신 3026칩셋 탑재)
• APT-X/AAC/SBC support (APT-X/AAC/SBC 지원)
아무리 퀄컴의 최신 칩셋을 사용했다고 해도 난생처음 보는 업체가 에어팟과 기어 아이콘 X의 두 배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을 믿기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이어폰 자체의 크기나 케이스 크기를 봤을 때 10시간+40시간이라는 재생 시간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뿐만은 아니겠지만 결국 펀딩은 실패했는데... 대략 이 주일 전쯤 이 제품을 아마존 닷컴과 아마존 Japan에서 판매 중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인디고고에 올렸던 것과 같은 사양으로 말이죠.
리뷰가 올라온 것은 주로 아마존 Japan쪽었는데 대부분 호평 일색이었고 특히 긴 재생 시간이나 끊김이 없다는 점은 거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배대지를 통해 주문했고 수령 후 지난 3일간 사용해본 감상만 말씀드리자면 이 제품은 정말 제대로 나온 완전 무선 이어폰이라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블루투스 이어폰 구입 시 가장 크게 고려할 세 가지 요소인 배터리, 연결성, 음질 부분에 대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가장 큰 관심사였던 사용시간은 스마트폰과 연결 시 볼륨 40%로 설정해서 연속적으로 음악 재생 시 시간당10% 내외의 배터리 소모량을 보여줌으로써 홍보한 대로 10시간에 가까운 연속 재생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품은 기존의 완전 무선 이어폰과 달리 '퀄컴 완전무선 스테레오 플러스' 방식으로 연결된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기존 제품과의 차이를 보자면
1) 사진에서 왼쪽이 기존 완전무선 블루투스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블루투스 한쪽이 원본 소스 기기와 연결되고 그 연결된 기기가 다른 쪽으로 음악을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2) 사진에서 오른쪽이 AIR-X가 채택한 '완전무선 스테레오 플러스' 방식으로 원본 소스 기기와 이어폰 좌우가 각각 독립적으로 연결되면서 기존 제품보다 더 나은 연결성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사실 얼마 전 발매된 메이주 팝스도 좋은 평가가 많아서 구입했었는데 실내나 버스 안에서는 이상 없이 연결되었지만 사람이 많은 대구 동성로에 진입하자마자 음악을 감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끊겨서 결국 반품했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스마트폰으로 테스트해본 결과는 문자 그대로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팝스를 테스트할 때보다 날이 추워서 옷을 더 두껍게 입었음에도 말이죠.
사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와 달리 음질은 평가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고 취향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음압과 음의 선명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전에 구입했던 팝스의 경우 볼륨 레벨을 60% 정도로 했을 때 소리가 분명히 들렸던데 비해 이 제품은 실외에서는 40%, 실내에서는 30% 정도면 충분한 음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볼륨 레벨에서 다른 APT-X 블루투스 기기와 비교했을 때 보컬과 악기 소리 모두 보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각각 선명하게 전달되었고요.
착용감은 아주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사용하다가 떨어지지는 않을 정도로 확실히 귀에 고정됩니다. 그래도 불안하신 분들을 위해 2종류의 실리콘 제질의 이어 훅이 포함되어 있고 이어팁도 소, 중, 대 세 종류가 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가장 작은 크기의 이어팁은 다른 제품들과 색상이나 디자인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기왕 세 종류를 넣어준다면 같은 걸로 넣어주면 좋으련만.
아, 하나 더 좋았던 점을 꼽자면 이어폰 좌우에 장착된 버튼이 물리버튼이라는 점과(터치식 버튼은 은근 오작동이 많아서 물리 버튼을 선호합니다) 버튼을 눌렀을 때 클릭감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제품을 구입한 가장 큰 동기는 재생 시간이나 음질에는 큰 기대 없이 획기적으로 연결 상태가 개선되었다는 퀄컴의 QCC3026 칩을 경험해보고 싶은 기대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충족된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이라 솔직히 무척 기쁜 마음으로 주말을 보내고 있네요. 출시된 제품 목록만 살펴봐도 24시간이 부족할 것처럼 많은 제품이 쉴 새 없이 출시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제가 작성한 사용기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