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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상당수가 일본 드라마 혹은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내일도 칸타빌레'나 '아름다운 그대에게'처럼 성공한 원작과 유명한 주연배우의 조합이면 필승이라는 안일함에 젖어 시청률의 무덤 속으로 향한 작품도 있고, SBS에서 방영했던 직장의 신처럼 시청률 1위를 달성하고 주연인 김혜수 씨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주는 쾌거를 이룬 작품도 있었습니다.
편차는 있지만 일본 드라마가 한국이나 미국 드라마에 비해 '독특하고 기괴하다'라고 부를만한 인물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인물들이 정상인들 사이에서 펼치는 활극이 어처구니없다고 느껴지면서도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이어지는 것을 구경하는 묘한 재미가 있으니까요. 바꿔 말하면 일본 드라마는 주인공 한 명의 행동에 극 전체가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 동일한 인물과 이야기가 현해탄을 건너 한국에 오자마자 시청률이라는 법봉으로 몰매를 맞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리갈 하이처럼 주인공을 한국 시청자가 좋아할 수 있도록 변경시키면서 원작 시나리오와 괴리가 생긴 경우.
둘째, 내일도 칸타빌레처럼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 자체가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경우.
셋째, 라이어 게임처럼 캐릭터도 괜찮았고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았지만 외면당한 경우.
tvN에서 방영한 라이어 게임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원작을 상당 부분 수정한 작품임에도 주연들의 열연과 준수한 시나리오 덕분에 끝까지 몰입해서 감상한 작품입니다. 이차원의 만화 속에서 볼법한 인물들을 그대로 이식하려고 노력한 일본판 라이어 게임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좀 더 현실에 있을법한 모습으로 변한 부분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국판 라이어 게임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에는 한국판에서 새로 추가된 신성록 씨의 캐릭터가 끝까지 이야기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라이어 게임을 추천한다면 다른 주인공 두 명보다 신성록 씨 한 명에게 집중해서 보는 게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