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적어도 예고편을 보면 어떤 영화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영화로 밥을 벌어먹는 인간이므로 초보자가 전편을 보는 것보다 작품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장면 사진을 보면 '전부' 알 수 있다고 하니,
그보다는 겸허한 편이다.
<철학이라 할 만한 것 P.117>
저는 얼마 전까지 위처 3이라는 게임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역대 최다 GOTY(Game of the Year) 수상작, 갓쳐 등과 같은 호평 정도는 들어보셨을 텐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 모든 호평은 과대평가가 아니었고 감탄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2015년 발매작임에도 그래픽조차 4년 전 발매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는 점은 이 게임의 무수한 장점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 섬세함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라는 주인공의 수염, 전투 중에 상처를 입으면 옷에 묻게 되는 혈흔, 게임 속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해와 달의 아름다운 풍광 등, 위처 3을 즐기다 보면 캐릭터를 조작하는 부분과는 거리가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 탄성을 자아낼 수 있도록 공을 들인 흔적을 작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으니까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속담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 지구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판단을 '선입견'이라 말하며 경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문화 콘텐츠의 영역으로만 한정해서 말하자면 지금처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한하고 시간은 한정된 세상에서 '조금만 더'라는 말을 믿고 인내심을 발휘할 사람을 찾는 일은 어려울 것입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소비자들은 제작자들의 생각처럼 한가하지도, 디테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모르고 넘어갈 정도로 둔감하지도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