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보는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좋아진 점은 접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의 수가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당장 네이버에 연재되는 작품만 봐도 무료임에도 모두 챙겨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이 있고, 조금만 돈을 들이면 레진 코믹스 같은 곳을 통해 다양한 성인 취향의 작품도 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랫동안 만화를 좋아해 왔던 한 사람의 독자로써 웹툰의 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만화가 스마트폰처럼 아주 작은 화면에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최적화됨에 따라 세밀한 펜 터치로 그려낸 작품들의 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으니까요. 이런 변화 때문인지 과거 출판 만화가 대부분이던 시절에 접했던 만화 중 상당수는 정교한 인물과 배경 묘사에 감탄하며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이 생생한데, 최근 웹툰을 보면 그림 자체의 섬세함이 감소한 것과 더불어 만화적 연출 면에서도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총몽 완전판의 출시는 그림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잔혹한 묘사가 적지 않아서 과거 출간 당시에는 수정된 장면이 많았고, 그나마도 중고로 비싼 돈을 주고 구할 수밖에 없었던 터라 애정만으로는 선뜻 소장할 수 없었는데 아주 깔끔한 만듦새로 무삭제 작품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 다시 봐도 전해지는 총몽 특유의 처절하고 거친 감정들은 무척이나 공을 들인 작화의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기뻤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쉽고 빠른 것들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웹툰 밖에도 무수히 많은 걸작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화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보는 시대에도 앞에서 뒤로 넘기며 보던 만화의 재미는 생생히 살아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