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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평범한 가정주부인 주인공 스즈메(우에노 주리)는 우연한 기회에 학창 시절 짝사랑했던 선배 가토(카나메 준)를 만나게 됩니다. 학창 시절에 그 선배는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 같은 화사함이 가득했었는데···아뿔싸, 다시 재회했을 때 XX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뱉는 그녀의 한마디,
"그렇게 내 순수한 첫사랑의 추억은 모두 무너져버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노래 가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리지만 그럼에도 살다 보면 지나간 것들을 다시금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시간과 돈을 써서 추억을 파괴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되지만, 적어도 게임 분야만큼은 분명 적어도 한 가지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21년 만에 리메이크된 바이오 하자드 RE: 2도 마찬가지였고요.
1998년 당시에도 나름 최신 3D 기술로 제작되었지만 만약 지금 바이오 하자드 2를 다시 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도저히 모니터 화면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21년 동안 사람은 유인원에서 인류로 진화한 것 이상의 진화를 거쳐 실사와 CG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발전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모든 리메이크 게임이 가지는 상대평가로 얻는 장점을 넘어 바이오 하자드 RE :2는 동시대 최고의 그래픽과 성공적인 최적화라는 목표까지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추억을 다시 즐기기에 위한 착실한 기초공사 위에는 '공포 게임'이라는 원래 있던 기둥들이 세워졌습니다. 사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문자 그대로 일당백의 학살극을 펼칠 수 있는 액션 게임에 가까워졌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언제나 있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무시무시한 적들을 한정된 자원으로 아슬아슬하게 상대하게 함으로써 제한된 공간과 자원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했고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원작보다 더 단순해졌고 캐릭터의 매력은 줄어든 데다 원작에서 좋았던 어떤 시스템은 삭제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바이오 하자드 RE :2는 충분히 즐길만한 요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시리즈 대대로 제공되었던 '일정 시간 내에 클리어한 경우 S랭크와 특수 아이템 증정'은 여전히 유효하고요. 다시 돌아온 많은 것들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 저에게 바이오 하자드 RE :2는 아직 다시 보고 싶은 무언가 있다는 점이 무료 DLC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