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 Fine Thing

팩트풀니스

(D-13)

by 나이트 아울
진행자가 다시 물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도발적 의도가 다분한 질문이었다. 그 의도가 성공해 나는 짜증이 났고 목소리에도 짜증이 묻어났다. "세계은행과 유엔이 내놓은 흔한 통계가 그래요.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논의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맞고, 선생님이 틀린 겁니다.

<팩트풀니스 P.48>




마크 트웨인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습니다. "그냥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어떤 주장을 펼칠 때면 아주 높은 자리에 있는 관료부터 스쳐 지나가면서 보는 시사 평론가까지 모두 통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노력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신랄한 평가가 아니더라도 더 이상 사람들은 통계를 근거로 하는 주장에 대해 큰 신뢰를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차피 그런 통계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나 아무 근거 없는 막무가내식 주장이나 나중에 뒤집히기는 매한가지였으니까요.


그럼에도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는 아주 고전적인 근거 자료인 통계 자료로 사람들의 통념에 정면으로 부딪치려는 시도를 합니다. 가령 냉전 붕괴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 구 소련을 대신해서 악역의 왕좌를 차치한 가장 환경론자들은 인류가 끝없이 증식하면서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학살로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한스 로슬링에 이에 반박하는 통계 자료를 통해 '인구의 무한 증식 가능성'이 허구인 이유와 함께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근본적인 원인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통계를 악용 혹은 오용했던 다른 거짓말처럼 저자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통계가 가장 믿을만한 근거의 자리에서 내려온 지금, 자신의 주장에서 가장 큰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는 '감정'입니다. 나 자신의 감정, 내가 속한 집단의 감정, 상처 받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감정이 사회문제를 판단하는데 쓰이는 것을 넘어 공중파에서 진행되는 TV 토론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런 문제 접근이 통계가 거짓말로 쓰이는 세상보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 사이에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최소한의 검증 가능성을 가진 한스 로슬링의 주장이 더 믿을만하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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