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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그동안 왓챠에 등록한 영화들을 살펴봤습니다. 총 1080편에 영화 감상 시간은 2098시간이더군요. 왓챠 기준에서는 '아마추어 영화인' 레벨이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 비하면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인지라 종종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저에게는 영화 추천 시 절대 욕먹지 않을 필승법이 있습니다.
그 필승법은 '자극적인 장면이 없고 몇 번이고 봤을 법한 내용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주연배우가 유명한 사람이면 메이웨더 같은 무패 기록을 이어갈 수 있고요. 여기서 무패의 비결은 상대방의 마음에 적극적으로 들만한 시도를 해서 득점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영화를 비판할만한 지점을 봉쇄하는 데 있습니다. 며칠 뒤면 제목조차 흐릿하게 기억될 작품이라면 딱히 나쁘게 말할 점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도 영화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2017년 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같이 무난함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아카데미나 칸 영화제 수상에 빛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작품은 한 해에도 수백 편씩 제작되는 영화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만한 독특한 구성과 재미를 담고 있으니까요. 물론 '독특하다'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 전체를 감싸 고 있는 감정에서 조금만 빗나가도 어처구니없는 B급 영화처럼 보일 테니까요.
최근 영화를 평가하는 콘텐츠 중 조회 수가 높은 작품들은 어떤 영화의 부족한 점을 극한까지 끄집어내서 '쓰레기', '역겹다'라는 말이 'Hello' 정도의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얄궂게도 그런 가혹한 평가를 피해 가는 작품은 장점도 크지 않지만 딱히 단점도 없는 영화들이고요.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 게 무서워서 몸을 사리는 것 마냥 무난해지려는 노력은 영화 전체의 질을 낮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이 불편해질 만한 요소들을 다 빼고 나니 자기 비하밖에 할 게 없어졌다는 어떤 개그맨의 푸념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