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
아무리 원작이 재미있고 많은 팬들이 있다고 해도 같은 작품을 두 번 만들 수 없기에 언제나 속편은 전편과 비교당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런 운명 속에서 대부나 터미네이터처럼 속편이 전편보다 낫다는 평가를 얻고 독립적인 작품으로써 생명력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전편의 그림자에서 간신히 맴도는데 그치면서 '누구누구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정도에 머물기도 하고요.
1979년 처음 제작된 건담 시리즈는 최신작인 내러티브에 90분 남짓한 상영시간 동안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으로써 즐길만한 완성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전편인 기동전사 건담 UC를 배경으로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해당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주인공과 극의 중심을 잡고 있는 인물들은 전부 새로 등장한 인물이고 이야기 자체가 무척 친숙한 테마이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중요 장면에서의 액션은 괜찮은 편입니다.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투 장면은 속도감이 잘 살아있고 육중한 기체의 움직임은 둔하면서도 사실감 있게 그려졌으니까요. 물론 전반적으로 작화 수준은 평이하고 전작인 UC에서 보여줬던 액션의 연장선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지만 그마저도 못하는 극장판도 뻔뻔하게 개봉하는 게 현실인 걸 떠올리자면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의 볼거리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원작 팬들에게는 기존의 설정을 많이 변경했다고 원성도 샀지만 여전히 건담은 종횡무진하고 누군가는 정신이 번쩍번쩍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적어도 이 작품은 건담 시리즈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야심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토핑으로 무엇을 얹든, 도우를 어떤 타입으로 하든 여전히 피자는 피자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