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
더욱더 힘낼 수 있다, 가 아니다. 아무것도 형태가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노력
만 어필할 때나 아니다. 무엇을 위해서라든가 누구를 위해서라든가 그런 것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진짜 '파이팅'은 인터넷이나 SNS 어디에 도 굴러다니지 않는다. 바로
바로 서는 전철 안에서, 너무 센 2월의 난방 속에서 툭 굴러 떨어진 것이다.
<누구 P.127>
어떤 영화의 주연배우가 올렸던 인스타그램 하나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공들인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것을 염려해서 그간의 노력에 대해 사람들에게 토로했는데, 의도와는 정 반대로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그의 한탄은 지금까지도 패러디 소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배우의 행동이나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 비판과 조롱을 더 할 생각은 없습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만 봐도 더 많은 자본을 들이고도 실패한 작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훨씬 못 만든 영화는 널려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노력'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입니다. 제 눈에 해당 배우는 '노력'을 어필해야 할 만큼 어깨가 허전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적어도 그는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솔로 가수로써 각종 CF를 섭렵했고 온갖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연예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남겼으며 연기자로 전향한 지금도 단독 주연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들 이미 그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노력'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은 '결과'로 자신의 성공을 쌓아왔던 이전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내고 그에게 막대한 부와 명예를 안겨준 근원은 남들과 다른 성취를 이뤘다는 결과이지 훨씬 노력했다는 과정이 아니었으니까요.
비록 연기자로 전향한 지금은 가수 때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도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에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에서 그는 여전히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노력이라는 말은 과거에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앞으로도 전망이 어두워서 고민하는 많은 조연들 혹은 저같이 하루하루 먼지를 쌓아가는 일반인들을 위해 잠시 접어두면 좋을 듯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