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 Fine Thing

편의점 인간

(D-23)

by 나이트 아울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들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편의점 인간 P.98>




비록 세 편의 작품밖에 만들지 않았지만 작품 모두가 굉장히 큰 화제가 되고, 심지어 흥행도 하는 감독이 있습니다. 그는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연출과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 작품마다 스텝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이야기 또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소문이 사실이라도 그 감독이 지금과 같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한 감옥에서 몇 년 살고 나오더라도 감독을 그만두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독을 그만두게 주변에서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에 감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매년 수백 편의 영화가 제작되고 그중 일부가 간신히 개봉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은 열에 하나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 중에서도 다음 해까지 기억될만한 작품은 더 적고요. 이는 한국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쉴 새 없이 제작되어야 유지가 되는 영화 산업의 특성상 흥행성과 작품성 중 하나라도 갖춘 작품이 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극장에는 365일 영화가 상영되어야 하는데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이 분기별로 작품을 완성시켜주길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아무런 검증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감독을 맡기면 '리얼'같이 100억짜리 놀림감이 나올 테니, 결국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한 번이라도 흥행에 기여한 적이 있는 감독과 배우를 찾는 일입니다. 그게 어려우면 작품성이라도 인정받은 감독을 선택하는 것이 차선이고요.


개개인의 구성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는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크게 일탈하면 범죄자가 되고, 간신히 법의 테두리 안쪽에 머물면 악랄한 인간이 되는 것이지만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이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냄새를 풍기는 존재라면 예수나 부처만큼 매력적인 존재로 빛나게 됩니다. 훈련소를 두 번 가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도 한류스타로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음주운전을 세 번이나 하는 훌륭한 비정상 인도 여전히 러브콜을 받으며 밥벌이를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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