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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02. 2021

제발 좀 쉬었다 가라

밤새의 네 번째 싱글 앨범

얼마 전에 중견 기획사의 총괄 매니저를 우연히(내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여기저기 곡을 보내다가 우연히 연락이 돼서 이루어진 일이다. 커피값까지 직접 계산하셨는데, 아직 입봉을 못한 나이 많은 작곡가 혹은 작곡가 지망생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던 걸까? 많이 바쁘신 와중에(핸드폰이 두 개였나? 세 개였나?) 별 볼 일 없는 나를 만나준 게 이해가 안 가면서도 고맙고 감사했다.(오, 신기하고 놀라워!!)


핸드폰에 폴더별로 정리된 소속 가수별 신곡 리스트도 보여주셨고, 이 바닥의 생리에 대해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연신 신기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 모드로 열심히 들었다. 먼저 보내드린 내 곡 OOO이 나름 괜찮아서 친한 개그맨 후배 S에게 보냈는데, S가 최종 거절했다고 한다.


S에게 초이스 될 수 있는 전략도 알려주셨다. 빠른 템포의 신나는 트로트를 원한다는 거다. "거의 댄스에 가깝게 바른 bpm으로, 깊이 생각할 필요 없는 노래를 만들라"


입봉을 못한 초짜 작곡가는 의뢰인이 없기 때문에 어떤 요구사항도 없다. 따라서 속된 말로 지맘대로 곡을 만든다. 물론 타깃으로 정한 가수의 음색과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만든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먼저 만들어 놓고, 어울리는 가수를 탐색하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요구사항이 생겼으니(계약에 따른 요구사항은 아니었지만) - 최종 선택을 못 받더라도 밑져봐야 본전. 내 앨범으로 발매하면 되니까 - 어떻게 하면 신나게 만들까 고민하며 열심히 만들었다.


결론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대신 다른 두 명의 개그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이 역시 최종 성사는 땡. 개그맨을 타깃으로 만든 노래는 생각보다 보낼 곳이 많지 않다는 게 함정이었다. 50명을 채우지 못했다.


다음이 될지, 다다음 노래가 될지, 나름 확신이 서면 가이드 보컬을 써서 제대로 녹음을 할 것이다. 이번 노래는 그 정도의 확신은 없었다. 그래서 보컬(나)이 좀 안습이다. 밝고 신나는 노랜데, 내 음색과 창법과 실력이 그렇지 못하다. 나의 멘토 작곡가이신 OO 선배님이 여러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셨는데, 다음번 곡을 만들 때는 더 신경을 써야겠다.




아무튼 이런 사연으로 탄생한 곡입니다요. "힘들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숨만 쉬세요. 제발 좀 쉬었다 가세요!!^^"


<제발 좀 쉬었다 가라 - 밤새>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599546


https://www.youtube.com/watch?v=X-qTGymLpeo


옴마 너무 바빠예 피곤해예 힘들어예 죽겠어예

옴마 너무 바빠예 피곤해예 힘들어예 죽겠어예


가슴이 답답할 땐 아무것도 하지 마

마음이 울적할 땐 아무 생각하지 마

돈 없어도 되고(되고) 실패해도 된다(된다) 제발 좀 쉬었다 가라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착한 남편 살았는데 

뼈빠지게 일만 하다 갑자기 돌아가셨네


당장 내일도 모르고 니일도 모르는 덧없는 인생이잖아

잘 먹고 잘 자고 웃을 수 있어야 행복한 인생이잖아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현모양처 살았는데

골병들게 살림하다 어느 날 돌아가셨네


당장 내일도 모르고 니일도 모르는 덧없는 인생이잖아

잘 먹고 잘 자고 웃을 수 있어야 행복한 인생이잖아


오늘이 즐거워야 내일도 즐거운 걸

걱정과 근심은 태평양 앞바다에 던져버려


가슴이 답답할 땐 아무것도 하지 마

마음이 울적할 땐 아무 생각하지 마

돈 없어도 되고(되고) 실패해도 된다(된다) 제발 좀 쉬었다 가라


가슴이 확 트이게 머리가 쨍 깨도록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숨만 쉬어 봅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휴~ 

제발 좀 쉬었다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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