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리뷰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이 책은 안철수의 달리기 예찬론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딸에게 자극받아 달리기 시작한 이들 부부는 독일 유학 생활 동안 여러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등 달리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자식의 좋은 점을 본받아 낯선 이국땅에서 부부가 함께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참 보기 좋았다. 나이가 들면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진다. 안철수의 정치 이야기는 여기서 언급할 소재가 아니고, 다만 '이 사람은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참 끈기 있게 하는구나' 싶어서 내게는 좋은 이미지의 사람이다.
196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던 캐서린 스위처는 여성 마라톤 역사에 큰 역할을 했다. 그녀는 여성의 마라톤 출전이 금지됐던 시기에 이름의 이니셜만 등록해서 대회에 출전했다. 여자라는 자신의 정체가 들통난 캐서린 스위처는 못 달리게 붙잡던 주최 측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4시간 20분 만에 완주했지만, 결국 실격으로 처리되었다.
캐서린 스위처는 그로부터 50년 뒤 일흔한 살의 나아에 자신의 옛 등번호였던 261번 번호표를 달고 2017년 보스턴 마라톤을 또 완주했다. (p.121)
힘들 때마다 내가 견디는 노하우는 바로 내 발 바로 앞을 보는 것이다. 예전에 중랑천을 뛸 때는 절대 멀리 있는 반환점을 보면서 달리지 않았다. 보통 1킬로미터 정도마다 다리가 있는데, 멀리 있는 반환점에 있는 다리를 보면서 뛰니까 너무 쉽게 지쳤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힘이 빠졌다. 그래서 멀리 있는 목표를 보지 않고 그냥 내 발만 봤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발만 보고 달리니까 어느 순간 반환점에 다다르고 출발 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p.125)
빨리 가는 게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천천히 가는 게 더 어렵다. 그것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채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그렇지만 그게 결국 내가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p.162)
한때 나의 우선순위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인 V3였다. 의과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도 새벽 3시에 일어나 무조건 6시까지 시간을 냈다.
되면 하고, 안 되면 못하고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선순위를 선택한 결과 인생의 진로까지 바꾸게 되었다. 우선순위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지닌 무기다. (p.177)
독일에 오고 달리기를 하며 보낸 지난 1년간의 시간이 나에게는 달리기의 본질과도 같은 '견뎌내는 삶'이었다. (p.229)
그 고민 끝에 내가 깨달았던 나의 정체성은 '문제 해결사 problem solver'였다. (p.243)
내 문제들을 해결하며 얻은 경험을, 해결사 기질을 지닌 나로서는 혼자만 알고 있고 싶지 않다.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싶다. 매일같이 꾸준히 달리니까 이게 좋다, 이런 달리기를 하면서 행복을 찾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껏 해결사의 역할을 해온 나는 아마 앞으로도 그 기질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좋은 것들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주며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p.247)
마라톤 코스가 아닌 우리 인생에서는 극복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사람들의 야유와 비웃음이다. 모든 사람이 어떻게 환호만 보내줄 수 있겠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일들도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누군가는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하든 이러한 시선이 뒤섞일 거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멈춰버릴 수는 없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판단에 따라 내 삶의 수많은 선택을 주저하거나 그만둘 수는 없는 일이다. (p.255)
책을 읽으며 '성공한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건강과 육체라는 한계 안에 있구나. 나와 고민이 비슷하구나.' 싶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 나는 장보는 일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살이 빠지면 빠졌지 찌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말 배 터지게 먹어도 살이 안 찐다. 오히려 6킬로그램이 빠져서 30년 전의 체중으로 되돌아갔다. 그 덕분에 나는 항상 먹고 싶은 음식을 살찔 걱정 없이 즐겁게 먹는다. (p.167)
결정적으로 내가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이 대목이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선천적으로 약한 위 때문에 늘 소화불량과 가스참에 시달리는 내게 소화를 촉진시키는 제일 쉬운 방법은 달리기였던 것이다.
공무원 수험생 생활을 2년 하면서 운동 습관은 확실히 들였었다. 동네 뒷산에 걸어 올라가서 체조와 근력 운동을 하고, 내려올 때는 뛰어내려오면 숨은 차지만 몸은 상당히 개운했다. 작곡을 시작하면서 이 패턴을 잊고 살았는데, 이 대목이 다시 운동 욕구에 불을 지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숨을 헐떡거릴 필요가 있다. 걷는 거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헐떡거리는 자신의 한계를 보면 마음이 겸손해지고, 혈액 순환도 잘 된다.
달리기는 삶과 많이 닮아 있다.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야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고, 리듬을 잘 타고 호흡 조절을 잘해야 한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안철수와 달리기에 애정이 있는 분, 소화불량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