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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Sep 16. 2021

나를 자극하는 것, 내가 자극하는 것

자극에 대한 분별력

자극 1 - 나를 자극하는 것


도시의 소음은 너무나 익숙해서 자극이라고 인지하지 못하지만, 실은 쉴 새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결소리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인공적인 소음들. 그 스트레스들은 고스란히 우리 뇌와 몸에 누적된다.


인스턴트 음식들이 현대인의 위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육류를 비롯한 기름진 음식, 설탕, 커피, 인공감미료... 몇 개국의 원료가 뒤섞인 가공식품도 마트에 가면 흔하다. 우리의 위장은 이런 식품들에 노출돼 시달리지만, 웬만한 결단이 없는 평범한 삶으로는 이런 음식을 피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육류를 얻기 위해 가축을 도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생명들을 지독하게 자극한다. 자연 세계에서의 사냥은 그나마 빠르게 끝나지만, 인간이 먹잇감을 얻는 과정은 대체로 사육부터 도축까지 매우 지능적이고 악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인들 - 딱히 환경이나 동물 복지에 관심이 없는 - 은 이 사육과 도축의 잔인함을 잘 모르고 관심도 없기 때문에 그냥 고기를 맛있게 먹을 뿐이다. 심지어 고기 먹방을 주제로 하는 TV 프로와 유튜브 채널은 엄청난 인기를 끈다.


가축을 도축하여 얻은 고기가 우리의 위장과 혈관을 자극하여 결국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것은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자극하여 죽인 동물이 사체(고기)로써 인간의 몸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미래의 신기술이라고 매스컴에서 엄청 떠들어대지만, 인공지능이 큐레이션하는 뉴스와 영상은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한다. 별 생각이 없다면 당연히 끌려다니게 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인조인간 데이빗이 이후 <에일리언: 커버넌트> 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것처럼 우리는 피조물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현실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인터넷이라는 피조물 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황당하게 지나가는 행인이나 고객이나 앞차나 뒤차가 나를 자극한다. 가족이 그러기도 한다. 그런대로 평화롭고 성숙하다고 믿었던 나의 성정은 나조차도 당황스럽게 갑자기 폭발, 폭주한다.



자극 2 - 내가 자극하는 것


나 역시 타인을 자극하는 주체가 되어 가족과 친구와 직장동료와 낯선 누군가를 자극한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고 인지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툭 던지는 한 마디로 아내와 남편, 자녀들을 자극한다. 나는 별 뜻 없이 뱉은 한마디로 상대방이 흥분하고, 상황은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흘러간다.


또한 어리석게도 어떤 외부, 내부 요인이 발단이 되어 스스로를 자극하기도 한다. 분노를 곱씹거나 화를 키운다. 무의미한 시간인 줄 알면서도 무익한 자극에 노출된 나를 방치하는 것은 현명한 내 자아에 대한 역 자극이라 할 수 있겠다.


무익한 욕망들로 내 인생을 자극한다. 그냥 두면 더 자연스럽고 편안할 삶을 사소한 욕망에 집착해서 나를 파괴한다.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자극의 쳇바퀴에 갇히면 탈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완전한 자연 상태로 생존할 수 없기에, 인간의 생존 자체가 자연을 자극하는 행위다. 쉽게 말해서 가만히 있는 자연을 괴롭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문명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이 알아버렸고, 너무 멀리 와버렸다.



자극에 대한 분별력


생각하지 않으면 자극에 대해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들어오고 나가는 수많은 자극들을 알고 분별할 줄 알아야 나를 지킬 수 있고, 가족을 지킬 수 있다. 지구를 지킨다는 말은 너무 거창하지만, 지키긴 지켜야 한다. 하나밖에 없고, 이미 많이 망가졌으니까.


불량하거나 무익한 자극도 당장은 청량감을 주지만 결국은 스트레스를 남긴다. 마치 시커멓게 타다 남은 플라스틱 찌꺼기 같이.


자극이 없고, 완전 연소하며, 타는 냄새까지 좋은 나무같이 자극이 적은 - 적게 만드는 - 삶을 지향해야겠다. 쉽진 않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알고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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