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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pr 04. 2022

불행의 원인을 찾아라 1

위장병의 근본 원인

불행이 닥치면 우리는 절망부터 한다. 절망과 함께 원망도 한다. '왜 안될까?', '나만 왜 이럴까?', '전두환 같은 인간도 잘 먹고 잘살며 장수하다 가는데, 내 인생은 왜 이리 안 풀릴까?'


연약한 인간으로서 불행에 대한 당연한 반사작용이다. 나는 내 위장병과 끈기 없음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사람은 의외로 불행의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 연민이나 피해의식에 빠져있으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재고하고 파악할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위장병의 원인은 타고난 약한 위장력, 불규칙적인 식사, 탐식, 인스턴트식품, 운동부족 등이 있었다. 이 중에 아직도 무의식 중에 반복하고 있는 악습이 탐식이었다. 식탐을 자제하지 못하는 심리상태와 행동이다.


중학생 때 새엄마가 가게를 하면서 형과 나의 식사 방치됐다. 이후로 나는 거의 자취를 하며 지냈다. 이렇게 먹는 것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그런 보살핌을 받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욕구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욕구불만이 먹을 게 눈앞에 있으면 일단 많이 먹고 보는 강박을 형성한 게 아닐까. 욕구불만이 폭력(탐식)으로 바뀐 것이다. 허겁지겁 배를 채우려는 행동은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결손가정에 산다는 낮은 자존감을 대강 때우려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뭐든 먹을 게 들어가서 포만감을 느끼게 되면 별로인 기분을 잊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뀐 식탐으로 나와 내 상황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유야무야 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 위장의 소화력이 어떤지, 현재의 위장 건강상태는 어떤지 돌아볼 여유는 없었던 거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진정으로 돌보지 않고, 겉으로만 대강 멀쩡하면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낸 거지.


50이 된 지금, 이제 심각해져 버린 위장병의 근본 원인이  자존감 결여였다고는 정말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먹을 게 충분히 있고, 적게 먹어도 되고- 먹을 거 말고도 내게 충분한 낙이 있고- , 허겁지겁 먹지 않고, 천천히 오래 씹어도 될 만큼 삶에 여유가 있었다면 내 위장은 폭력적인 식탐에 훨씬 덜 시달렸을 것이다.


이게 원인이었으니 나는 자존감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결손가정에서 자란 것이 내 잘못인가. 부끄러워할 일인가. 아버지의 결정으로 인한 불가항력이었는데, 왜 나는 그 현실을 부끄러움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학대했을까.


아버지가 이혼을 했든, 새엄마가 가정을 안 돌보든, 나는 여전히 소중하다는 진실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그때는 어렸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도록 이끌어주는 사도 없았으니까.


남들과 비교해서 불행해 보이는 환경이 자신을 방치하고 학대할 합리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 깨닫는 것 같다.


시궁창에 빠져 있든, 고급의자에 앉아있든, 나는 여전히 소중한 나다. 환경에 따라 내가 시궁창이 되고, 고급의자가 되는 건 아니다. 시궁창에 빠졌다면 어떻게 더러움을 빨리 씻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불행에 취해서,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져서 불행의 근본 원인을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밥을 차려주지 않는 어릴 때의 환경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고 스스로 부지런히 차려먹었다면, 지금은 아마도 요리를 꽤 잘하는 남자가 되지 않았을까.


불행의 근본 원인을 천천히, 찬찬히 살펴보는 건 희망을 갖고 살아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하고 자신을 학대하고 삶을 방치, 유기하는 행동과 반대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나에겐 위장병을 고칠 근본적인 방편이 하나 생겼다. '나는 소중하므로 즐거이 먹겠다. 감사히 먹겠다. 천천히 여유 있게 먹겠다. 먹을 거 말고도 행복할 거리가 많이 있다. 적게 먹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소중하니까. 불행 앞에서, 불행처럼 보이는 그 환경 앞에서 내 삶의 중립기어를 어디로 넣을지는 내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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