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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Jun 22. 2022

재능에 대한 고찰

재능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일밖에 모르는 동서 형님. 어릴 적 등록금을 못 내 학교에서 부끄러움을 겪어서 가난에 한이 맺혔단다.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돈을 번다)고 술에 취하면 늘 이야기한다. 그 덕에 처형은 생활비는 꼬박꼬박 잘 받지만, 남편과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낙은 거의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태생이 한량인 내가 우리 가족과 나들이를 갈 때 곧잘 끼곤 했다.


은 우리 부부와 함께 합천 여행을 갔던 첫날에는 사진 찍기를 싫어하더니 둘째 날부터는 본인이 창의적인 포즈를 취하고 포토존을 선택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먼저 요구했다. 자신은 불이 늦게 붙는 스타일이라 1박 이후에야 점점 여행의 흥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합천 여행은 처형에게 큰 힐링이 됐고 기뻐하는 처형 모습에 우리 부부도 기뻤다. 얼마 후 셋이서 다시 가까운 공원에 바람을 쐬러 갔는데 춤 이야기가 나왔다. 아내가 주민센터에서 하는 춤 수업에 등록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처형은 자기가 음악(리듬) 감각이 없기 때문에 춤도 못 출 거라고 말했다. 배우고는 싶은데 말이다. 그러면서 제부는 기본적으로 리듬감이 있으니 춤도 금방 배울 거라 말했다. 최근에 내가 기본 스텝을 배우면서 찍어둔 영상이 있는데, 그걸 보더니 잘 춘다며 소질이 있다고 했다. 재밌는 건 아내는 영상 속 춤추는 내 모습을 보고 로봇 같다고 했다.


처형은 초등학교 때 탁구선수로 활동했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는 운동도 기본적으로 심박 관리, 팔다리를 흔드는 행위 등 리듬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굳이 리듬감을 따지자면 운동이나 음악이나 춤이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이다. 처형은 "그런가?" 하며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행 때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포즈를 취했던 처형에게 시니어 모델에도 도전해 보라고 했다. 마른 체형이라 옷발이 잘 받는 데다가 포즈도 잘 취하니 어울릴 것 같았다. 수십 년 살림만 하고 산 처형에게 그런 도전은 신선한 기쁨을 주지 않겠는가.


아내의 사회 친구 중에 전문대 졸업에 엑셀 등도 잘 다루는데, 단군 노무직만 전전긍긍하는 분이 있다. 아내가 그 모습이 안타까워 "OO야, 넌 왜 좀 더 수월한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니?"하고 물었더니 "언니, 나이가 많은데 누가 받아주겠어?" 했단다. 그분의 나이는 50대인 아내에 비해 10년쯤 젊은 40대다.


아내도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 그림이나 공예 쪽으로 뭘 좀 배워보라 말해도 늘 자신이 없다고 한다. 그림을 배우러 가봤더니 사람이 너무 잘해서 기가 죽더라는 것이다. 그분들은 배운 지가 오래됐는데도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글도 재능을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재능에 대해 늘 많은 생각을 해본다. 어릴 적 음악 잘하는 형 앞에 열등감을 느껴온 나라서 더 그렇다.


그래서 재능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찰을 정리해 본다. 자신은 재능(소질)이 없다고 단정하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재능을 재정의하고, 나아가 작은 실천과 습관으로 재능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1. 재능은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타인의 칭찬, 비난, 본보기에 영향을 받는다. 어릴 적 작은 시골학교에서 선생님께 '공부를 잘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 등의 칭찬을 받으면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하면서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관심 분야를 발견하기도 한다. 반대로 타인의 비난 때문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권지안(솔비)의 그림 사례처럼 악평을 받는 일은 흔하다. 싸이의 최근 앨범도 모 평론가가 형편없다고 혹평했지만 음원사이트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고, SNS에 춤도 한창 유행이다. 주영훈 등 성공한 작곡가의 사례를 보면 친한 형이 작곡가이거나 음악계에 몸담고 있다는 건 개이득이다.


2. 재능은 모으는 것이다.


작은 재능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마라. 당신의 어떤 면에 대해 오늘 누군가에게 작은 칭찬을 받았다면 그것이 앞으로 당신이 나아갈 길이 될 수도 있다. 굵직하고 큰 재능이 없더라도 이것저것 작은 재능들이 여럿 있다면 그것들을 융합해서 새로운 재능과 길을 개척할 수도 있다.


3. 재능은 디테일한 것이다.


음악 중에서도 발라드, 발라드 중에서도 이하이처럼 탁월한 저음... 이런 식으로 재능은 디테일한 것이다. 축구하면 손흥민, 피겨 하면 김연아, 이런 식으로 재능을 거대하게 획일화하지 말자.


4. 재능의 변화성 


재능은 고정된 게 아니다. 습관과 시간이 모여 재능이 된다. 당장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신이 재능 없음을 증명하는 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재능과 씨름하다 보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거나 재능 자체가 변화, 발전할 수 있다.


5. 재능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재능은 사람뿐만 아니라 장소(공간), 시간, 경제력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재능을 타고나는 것, 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자. 자신의 재능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자.


6. 재능은 기다림이다.


음악 선배님 말씀을 들어보면 결국 재능도 기다림이다. 그러니 시작했으면 조급증을 버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곡 레슨 과제로 받은 6곡 중 5곡을 완성했다. 수월한 곡도, 힘든 곡도 있었지만 하려고 마음먹으면 결국 하게 된다. 재능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래서 진정한 애정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정리:


재능에 대한 고찰이 최적으로 도하는 결론은 재능은 애정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그 대상에 얼마나 애정이 있느냐가 곧 재능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말이다. 그 애정이 나를 모차르트나 메시처럼 만들지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 삶에 기쁨을 주고 세상에 작게나마 기여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게 신의 그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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