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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ug 24. 2022

울지 마! 친구야

마음이 따뜻한 친구, 언제나 내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가 해외로 간다. 이민이 될지, 체류가 될지 명확하진 않지만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난다.

사회에서 만났고, 우리의 활동을 리드하는 위치에 있었던 그녀와는 같이 책을 쓰면서 더 친해졌다. 그녀는 당시 공무원 시험에 낙방해 크게 좌절하고 있던 내가 다시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 주었다.


나서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배려심으로 사람들을 잘 이끌고,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데도 총명함이 묻어난다. 나와 10년이 훌쩍 넘게 나이차가 나지만 배우고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다.


"제가 그 나라로 가니 하이네켄을 마시세요!" 송별회에서 다른 맥주를 고른 내게 그녀가 말했다. 길고도 짧았던 송별회를 마치고 헤어질 땐, 장난인지 진심인지 "버스에서 울지 마세요!" 한다. 그녀가 말했던 이 두 개의 울림이 오래오래 추억에 남을 것 같다.


울지 말라고 하니 더 생각이 나는 것 같다. 더없이 고맙고 감사한 친구가 떠나는 마당이니 많이 생각해도 되리라. 음악을 열심히 해서, 잘 돼서 그녀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 갈 길이 멀어서 잘될지 자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그녀의 바람과 응원은 꼭 지켜내야지.


그녀에게 뺏은(?) 우산을 어제 처음 아내가 썼다. 그녀의 기운을 받아 우리도 잘됐으면 좋겠다고 아내가 말한다. "그래, 좋은 사람 물건을 썼으니 우리도 잘 될 거야."


그녀의 가족이 잘 돼서 가는 이민이라 슬퍼할 일은 전혀 아니다. 해외생활이 평소 그녀와 남편이 꿈꾸던 삶이라고 하니 그곳에서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함께 활동했던 우리의 단톡방에서 그녀는 여전히 건재할 것이다. 시차 때문에 실시간 소통이 어렵긴 하겠지만.


좋은 사람은 타인에게 좋은 기운 - 희망과 용기 - 을 선사한다. 나도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그런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새로울 것 없는 잿빛 일상도 이런 사람들이 뿜어내는 빛 때문에 다시 살만한 하루로 바뀌는 게 아닐까.




Bravo, He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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