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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의미

by 밤새

다다음주 신시도자연휴양림을 끝으로 올해 주말여행을 마무리하려 한다. 어려운 형편에 너무 과소비했고 음악 공부도 많이 밀렸는데, 일상의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이 너무 멀리 나아간 것 같기도 하다.


내게 여행은 새로운 경험이라는 큰 주제가 있지만 여행을 다녀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여전히 있다. 여행을 다닌다고 깊은 내면에 삶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을 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은 뚯밖에, 느닷없이 오는 것 같다.


여행의 마이너스 요인은 이런 것이다. 맛집이라고 찾아간 식당이나 카페가 사람만 많고 실망스러울 때, 명소라고 찾아갔는데 사람에 치여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도시의 번잡함을 더 느낄 때,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인 나의 호기심과 기대심은 판단 미스에 대한 자책으로 변한다. 우리 인생에 제일 소중한 것이 시간인데, 이 시간을 허비했다는 자책. 하지만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언제나 현명한 판단을 하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여행의 행복한 점은 큰 기대 없이 찾아간 곳이 큰 만족을 줄 때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주말여행은 언제나 짧고 여행이 끝날 즈음엔 현실에 대한 압박이 다시 밀려온다. 현실은 여행처럼 재밌지도, 여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영혼까지 충만한 여행을 할 수는 없는 걸까?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은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자연을 공원화해둔 곳은 또 인공적인 냄새가 나거나 인파에 시달릴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래도 아직 지구에는 내가 갈 만한 곳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리셋하고 다시 다녀보자. 아무 계획 없이 가다가 샛길로 빠지는 컨셉의 여행도 좋을 것 같다. 인생도 이렇게 자주 샛길로 빠져야 뜻밖의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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