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금이 물 들어올 때다

노를 저어라

by 밤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어떤 일에서 좋은 시기를 얻었을 때, 태만함 없이 근면하여 때를 놓치지 말라.

나무위키에 이렇게 나온다. "장사가 잘 될 때 한 밑천 잡아놔야 한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최근에 점심식사를 소식하고 걷기 운동도 열심히 하자 위장병이 약간 호전되었다. 육체적 고통이 덜하니 삶과 음악에 대한 의욕이 향상됨을 느낀다. 정상적으로 잘 먹고 잘 싸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건강이다. 하지만 병원침대 신세를 아직 안 져도 되는 지금이 바로 물 들어올 때다.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고, 수술도 엉망이었지만 아직 손가락을 쓸 수 있기에 피아노를 칠 수 있다. 고질적인 위장병이지만 관장을 하거나 입원을 할 만큼 최악은 아니기에 음식을 먹고 활동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주어진 내 상황이 바로 '물 들어올 때'라는 사실을 잘 잊고 산다. 그래서 수많은 '물들어 올 때'를 놓쳐 버린다. 변명과 핑계와 원망을 늘어놓느라 좋은 기회와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낸다.




1. 자식들이 장성해서 독립을 했고, 부모님이 중병을 앓고 있지 않는 지금이 음악을 공부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심지어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작곡가 선생님도 계신다. 영상, 책, SNS 등 음악을 배울 수 있는 매체도 넘쳐난다. 스스로 사기만 꺾이지 않는다면 음악 도토리를 차곡차곡 알차게 모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2. 나이도 많고, 인맥도 돈도 없다. 음악을 오래 했던 형마저 음악 스킬에 대해 1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진도는 지지부진하다. 피아노를 배우는 손가락은 느릿느릿하고 서툴기만 하다. 화성학 책은 분명 한국말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기만 하다. 지방에 거주한다. 실력 있는 작곡가는 세상에 차고 넘친다. 언제일지 몰라도 과연 내 곡이 팔리긴 할까?




지금 나의 때는 '물 들어올 때(1)'인가? '물이 말라버려 배가 움직일 수 없는 때(2)인가' 그것은 역시 바라보는 시선, 마음먹기에 달렸다. 억지 희망을 가지라는 게 아니다.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이야기다. 억지 절망을 하지 말자. 나의 게으름을 환경과 여건으로 합리화시키지 말자는 이야기다.


시도할 수 있을 때까지는, 뭐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을 게 있는 한은 시도해 보자. 해볼만큼 해봐야 후회가 없다. '해볼만큼'의 시기는 생각보다 길고, 끈질기고, 지루할 수 있다.


삶이 허무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고 성취를 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쓸모없는 나무토막일수록 정성스럽게 깎아서 연장이나 인형을 만들면 보람되지 않겠는가. 쓸모없는 나무토막이라고 그냥 버려 버리면 나무토막의 운명은 말 그대로 그냥 버림받은 채 끝나 버린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흙수저이기 때문에, 보통의 지능과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나의 노력과 성취는 더 가치 있고 빛날 수 있다. 날마다 '물들어 올 때'인 우리 삶을 스스로 축복해야 타인도 더 응원해 준다. 내가 밝아야 남에게 쥐꽁지만큼이라도 빛을 나눠줄 수 있다. 나눠야 내 자존감과 행복감이 더 올라간다.




자, 이제 현실의 노를 가지고 이상의 배를 저으러 가자! 지금이 바로 '물 들어올 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