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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Dec 01. 2022

삶이란 판단의 오류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마이클 모부신의 「판단의 버릇」이란 책을 읽고 있다. 우리가 판단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하는 오류(실수라 하기엔 결과가 치명적인 것도 많다)는 너무 많다. 그것들을 정리하고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내 삶에도 판단의 오류가 수없이 많았지만, 그중에 굵직한 사건들을 떠올려 본다.


- 아내의 제왕절개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자연분만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잘못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과 자신의 약한 체력 때문에 과하게 겁먹은 아내는 제왕절개를 선택하고 말았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당연히 여자의 건강에 안 좋다.


- 막내아들의 춤 학원을 강제로 끊어 버리다.


내가 다니려고 등록했던 댄스학원에 막상 가보니 학원생이 거의 10~20대들인데다가 아이돌 댄스나 팝핀 같은 소화하기 힘든 춤을 가르쳐줘서 포기하고 대신 막내아들을 보냈다. 아들은 첨엔 시큰둥하다가 이내 춤에 완전히 빠져들었는데, 7개월쯤인가 키가 작은 아들이 과격한 춤을 추면 더 안 자랄 수 있다는 아내와 처형들의 반대에 나도 결국 강제로 학원을 끊게 만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게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다소 내성적인 아들이 힘든 영업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않았을까.


- 어머니 손가락 절단 봉합 수술 시 적시에 대응하지 못함.


내가 서울에 살 때 공장에 다니던 어머니가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수술도 늦어졌고, 산재 보험금도 충분히 받아내지 못했다. 수년 후 내가 손가락 골절 사고를 당하고 오랫동안 트라우마를 겪고 나서야 어머니의 고통을 등한시한 것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도 어머니의 손가락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 내 손가락 골절과 미흡한 수술 결과


푸드트럭으로 장사할 당시, 축제 때 자리 문제로 시비를 걸던 거구에 의해 손가락이 꺾여서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공포와 분노 때문에 급하게 병원을 잡고 수술을 서둘렀는데,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에 살이 붙고,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웠다. 수술 전에는 30분 정도의 간단한 수술이라더니 장장 4시간이 걸렸다. '이런 돌팔이 같으니라구!!!' 항의해 봤지만, 수술 동의서에 이런 내용이 다 있다며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어디 이것뿐일까? 최근 빚투로 2000만 원을 날린 것 등 수없이 많다. 도대체 나의 판단 오류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나 벌써 50이라구!!! ㅜㅜㅎㅎ


판단의 오류에서 완전하고 영원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중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가까운 방법은 바로 기록이다. 과소비 습관이 안 고쳐진다면 지출 항목을 날마다 기록해야 한다. 대충 흘려보내는 것과 내 의식이 의도적으로 각인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꿈을 위해 뭔가를 매일 해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면 오늘 그것을 지켰든, 못 지켰던 일단 매일 기록을 한다. 그러면 내 행위에 연속성이 부여된다. 연속성이 내 의식에 안착되면 빼먹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오류가 많은, 그것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보잘것없는 인생이라고 한탄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인생의 모습이다. 오류는 한편으로는 삶에 이득을 주는 많은 무작위를 일으키키도 한다. 그러니까 미래를 알 수 없고 내게 지혜가 없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살 필요는 없다. 물론 엄격한 계획 하에 경직된 삶을 살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한다고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삶도 오류의 한 종류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류 속에서 에너지를 얻으면서 점점 성장해가면 된다. 판단의 오류 속에서 계속 기록하고 수정하며 살다 보면 어느새 꽤 강건해지고 노련해진 나를 발견하리라 믿는다. (판단의) 오류가 없는 삶이 아니라 오류에 빨리, 잘 대처하는 삶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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