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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Feb 24. 2023

기록과 기억과 퍼포먼스

내 인생의 수익률


기록이 그렇게 대단한가? 기록하는 것과 기록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그렇게 큰가?


이런 의문을 나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독서를 하고, 책에서 시킨 대로 실천해 볼수록 기록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똑같이 하루를 일하는데, 최저시급도 못 받는 것보다는 그 1.5 배, 혹은 두 배를 벌면 좋다. 혹은 그 이상, 돈이 자동으로 열리는 돈나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면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최저시급도, 주휴수당도 안 주려는 일터에서는 일할 맛이 안 난다. 최근 퇴사한 직장의 월급과 비교했을 때, 현재 내 수입은 일급으로 계산해서 1.5배 많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돈벌이에 상당한 동기 부여를 느꼈다.


이와 같이 인생의 다른 분야에서도 성과는 의욕을 부른다. 그렇다면 성과를 내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내 정답은 '기록'이다.


현재 내 일을 예로 들면, 배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게 위치, 도로명 주소, 아파트와 빌라 이름, 지도 등을 확실하고 많이 외울수록 좋다.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한다. 기록하지 않아도 오래 행하면 기억되긴 한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고 어렴풋하다. 가끔 헷갈린다. 하지만 기록하면 기록한 그 명사, 문장은 '객체'가 된다.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이란 말을 들어보셨는가.


나무위키에 따르면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이란 프로그램을 단순히 데이터와 처리 방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객체(object)'라는 기본 단위로 나누고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프로그래밍하는 이유는 좀 더 체계적이고, 유지 보수가 편한 코드를 작성하기 위함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만 있던 내 생각을 기록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된다. 그러면 디지털과 종이 기록을 비교해 보자. 디지털 기록이 펜팔 연예라면 종이(노트) 기록은 오프라인 데이트라고 할 수 있다. 내 손가락이 힘을 줘 펜을 잡고,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글자라는 흔적을 남기는 행위야말로 한 객체를 탄생시키는 창조 행위다. 당장 옛 애인 이름을 빈 노트에 쓴 후 무심히 쳐다보라. 연상된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번 달 청구된 카드값의 세부 항목을 노트에 써놓고 쳐다보면 당연히 반성이 될 것이다.


최근 돈과 꿈, 정리정돈 등 총체적으로 내 삶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책에 답이 있다고 해서 나름 꾸준히 읽어왔지만, 계속 막연하고 막막했다. 책은 '이론', 현실은 '적나라한 현실'. 이런 애매한 느낌이었다.


빚 정리를 위해 수차례 엑셀로 정리를 했지만 잔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이번 달 원리금 상환이 횟수로 몇 번째인지, 상환이 끝나는 시기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 휴대폰 일기장 앱에 지출항목을 일일이 기록하기도 하고, 카드 결제를 하면 자동으로 입력되는 가계부 앱을 써보기도 했다. 그래도 뭔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아 결국 수기 가계부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맘마이아 가계부'가 유명했다. 리뷰를 보면 디지털 가계부를 써 봤지만, 수기 방식이 지출 관리에 더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이란 책을 보면서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처음 써봤다. 노션, xmind 등의 디지털 앱과 종이노트를 병행하며 기록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굵직한 핵심은 종이 노트에 기록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디지털 앱에 기록하는 식이다.


나는 인생 전체 그림인 인생일기, 업무와 관련된 배달일기, 꿈과 관련된 독서일기, 글쓰기일기, 피아노연습일기, 작곡일기 등으로 분류해서 써볼 생각이다. 물론 이 모든 일기를 매일 쓸 순 없겠지만, 개념은 이렇게 잡고 매일의 내 상황과 발전 정도를 기록해 나간다면 삶의 수익률이 상승하리라 믿는다. 똑같은 시간을 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내 인생의 수익률이 늘 마이너스 같고, 일이 잘 안 풀리고, 운이 없다고 느끼면 불행하지 않겠는가? 반대로 권영길 전 의원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란 말처럼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나아진 내 삶을 체감한다면 살아갈 재미와 신이 더 날 것이다.


기록에는 다소 집요함이 필요하다. 귀찮다고 한두 번 거르게 되면 계속 안 쓰게 된다. '기록이 바로 돈을 가져다준다. 기록이 곧 복이다'라고 생각해 보라. 안 쓸 이유가 없다. 기록은 외로운 사람에게도 좋다. 기록은 나와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기록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삶을 성장시킨다." 무엇이든 기록하고 기억해 보자. 그것이 내게 중요한 삶의 문제라면. 그것이 내게 소소한 행복이라면, 그 사람이 내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일단 기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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