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새 Mar 11. 2023

하루가 중요하다 - 하루 동안 내가 느끼는 감정

나를 소모하지 말자


피아노 습관 들이기를 시작한 지 5일째다. 현재까지 잘 지키고 있다. 습관 들이기를 해보니 열심히 돈만 벌었을 때와, 짬을 내어 피아노를 치고 책을 읽고 글을 썼을 때의 내 자긍심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느냐, 음악과 글에 집중하면서 빚은 필요한 만큼만 갚느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쫓기듯 정신없이 배달을 해서 목표 금액 이상을 벌고 나면 돈을 벌었다는 안도감 외에는 참 공허했다. 하루라는 내 소중한 삶이 온전히 빚에만 바쳐졌기 때문이다.


돈벌이든 피아노 연습이든 시간을 요한다. 이 시간 분배의 결정과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음악과 글을 잠시 접어두고 2~3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빚을 다 갚고 나면, 그때도 현재의 열정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나는 자신이 없다. 안 치고, 안 읽고, 안 쓰게 되면 애정이 식고 자신감도 점점 더 떨어질 것이다. 내 육체적 능력도 나이에 따라 하향할 것이 뻔하다. 나를 응원해 주는 모든 분들에게도 내 존재가 점점 잊혀 갈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에 꾸준히 산에 다니며 운동을 해봐서 안다. 3일만 안 하면 산을 오르는 것도, 턱걸이도 힘에 부친다. 1~2주나 한 달을 넘겨 버리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빚내서 주식 투자'라는 실수를 했지만, 그것이 내 전부는 아니고 나를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자책은 삶에 도움이 안 된다. 자책하면서, '내가 저질렀으니 내가 책임져야지'하는 무거운 맘으로 온종일 뼈빠지게 - 사실 뼈는 안 빠진다. 다만 몸과 마음이 고되고 지칠 뿐이다. 이 몸과 마음은 다음날 컨디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상이 늦어져서 또다시 여유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 일하는 게 스스로에게 최선은 아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나다운 하루를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무감으로 내 감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진실을.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낀, 재미도 없고 낙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서 행복한 내일을 기약할 순 없기 때문이다. 삶은 관성이 있다.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간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하루가 매일매일 반복, 누적된다면 어떻게 내 삶이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하루에 몇 만원 덜 벌더라도, 빚 갚는 속도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나다운, 내 중심이 선 삶을 살기로 했다. 최소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내 삶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자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록하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생활이 반복돼야 한다.


몇 푼 더 벌기 위해 콜(배달 건)을 하나 더 잡고,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달릴 때 한껏 떨어진 내 자존감은 피아노를 치면서,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면서 다시 회복된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의 응원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내 습관을 손에 닿는 물질적인 것으로 더 자각하기 위해서 칭찬스티커, 모래시계, 디데이 달력, 노트를 이용하고 있다. 10분을 성공할 때마다 모래시계를 뒤집고, 디데이 달력을 넘긴다. 그리고 노트에 체크를 한다. 노트에는 한 시간을 채우기 시작한 시각과 완료한 시각도 기록한다. 한 시간을 채우면 칭찬노트에 스티커를 붙인다.



나다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시간을 잘 써야 한다.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의지(will)가 아니고 전략(strategy)이다. 이것은 내가 『해빗』 책에서 얻은 큰 수확이다. '의지의 한국인'을 믿지 마라. 오늘의 시간 활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나다운 하루를 보내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삶을 살았다면 내일의 시간 활용 전략을 다시 짜보자. 나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없다. '나를 위한 시간'이란 월급을 위해 억지로 직장에서 시간을 때운 나를, 그런 고단한 나를 어설프게 위로하기 위해서 저녁에 TV멍과 캔맥주 하나를 선물하는 그런 시간이 아니다. TV멍과 캔맥주보다 훨씬 좋은 것을 나에게 선물해야 한다. 나와 당신은 그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고, 스스로에게 그런 선물을 해 줌으로써 우리는 날마다 행복해질 수 있다.



과거는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오지 않아서 이 순간만이 인생이라면 그 순간을 많이 모아놓은 큰 덩어리가 하루가 아닐까. 우리가 기쁨과 슬픔과 우울과 환희를 느끼는 단위 시간도 대부분 하루이지 않나.


나를 소모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당장 눈앞에 어떤 이익을 주더라도 혹하지 말자. 거부하든지, 천천히 하든지 최대한 나를 적게 소모하는 쪽으로 생각해 보자. 내 중심을 흔들고, 성장으로 향하는 내 삶의 관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면 그 일에 집착하지 말자.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 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내 삶이 소중해지지 않을까. 빚도, 의무도, 그 어떤 것도 나보다 소중할 순 없다. 나는 무려 세상에 태어나고 아직 생존해 있는 존재가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 50살 아저씨의 초등학생 5학년 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