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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r 12. 2023

돈을 저축할 수 없다면 시간을 저축하라


카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도 빚은 있었다. 월급은 대출이자와 생활비로 들어오기 무섭게 빠져나가서 삶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지출을 통제하지 못한 것도, 이 나이에 박봉을 받는 급여생활자인 것도 내 탓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만 50이 돼버린 나이에 진전이 없는 음악생활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악기 연습과 곡 분석은 시간 투자가 절대적이다. 자투리 시간을 투자해서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요행을 바라고 모험을 건 것이 '빚내서 주식투자'다. 음악에 시간을 더 투자하기 위해서는 생활비를 안 벌어도 되는 상황, 즉 돈이 필요하니까.


최악의 경우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날 것이고, 감당은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고,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생활은 오히려 음악 공부를 많이 방해하고 있다. 혹 떼려다 붙인 격이 된 것이다. 재정적으로 하수인 많은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정적 고난을 통해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야말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재정적으로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대책 없이, 흐지부지, 구체적 목표 없이 살아왔나를 절실히 깨달았다. 빚이 주는 모욕감과 낭패감도 제대로 느꼈다.


빚을 갚고 있지만, 몸을 움직여 버는 돈은 한계가 정해져 있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들은 대부분 사업으로 성공했던데,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슨 사업을 해야 하는 걸까? 음악도 해야 하는데 돈도 벌어야 한다. 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사업이 필요하다? 무슨 사업? 머리가 아팠다.


자영업과 온갖 종류의 직장 생활을 해 보면서 내가 깨달은 점은 좋은 직업이란 그 일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벌려고 마지못해 하는 일은 재미도 자부심도 없고, 삶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돈도 벌고, 보람(돈 외적인)도 느끼며, 타인에게도 이로움을 주는 일이 최고다.


하지만, 그래서...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다!!!




시간은 금이라고 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돈을 번다는데, 이 경제적 자유도 결국 시간이다. 시간을 마음대로 쓰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빚과 생계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2023년 최저 시급이 9620원인데, 세상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으로 어림잡아도 한 시간의 가치가 9620원밖에 안될까? 그렇지 않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현금이나 통장에 찍힌 잔액을 더 소중히 여긴다.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거나, 자식이나 조카가 어느새 장성했거나, 내 흰머리가 많아진 걸 보고서야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세월이 무상하다며 이룬 것 없는 지난날을 한탄한다.


유명한 성경의 달란트 이야기가 있다. 주인이 타국으로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각각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겼다. 주인이 돌아와 결산을 해보니 다른 종들은 자기의 맡은 달란트를 두 배로 불렸는데, 유독 한 달란트 받은 종만 주인을 원망하며 그 한 달란트를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주인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이에 주인은 그럴 바에 내가 이자놀이하는 사람에게 그 돈을 맡겨서 이자나 받지 너에게 왜 주었겠냐며 분노한다. 그 종은 결국 쫓겨난다.


그동안 나는 이 이야기를 '우리 각자가 신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재능을 부여받고 태어났든 간에 신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충실히 발현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옳다'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이 달란트는 재능뿐 아니라 시간에 대한 비유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음악을 위한 많은 시간'을 원해 주식 빚투를 해버린 나처럼 주어진 작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불리지(저축하지) 못한다.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피아노를 치고, 화성학을 공부하고, 곡을 분석하고, 작곡을 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내가 과연 일을 안 해도 되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하루를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며 보낼 수 있을까? 세상엔 유혹거리가 넘치지 않나. 음식, 쇼핑, 여행, 술...


여태껏 나는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무지막지한 어려움과 지루함을 견뎌야 하는 것,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시간이라 생각했다. 공무원 시험이나 사법고시를 위해 수년을 견디는 것처럼 내가 쓴 곡이 대박 나고, 내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내 유튜브 채널이 실버 버튼을 받을 때까지 견뎌야 하는 것이 '인고의 세월' 즉 시간이라는 관점이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시간은 돈이다. 그러므로 돈처럼 저축할 수 있다. 돈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할 때 기업(회장)이 몇 억을 기부하기도 하지만, 초등학생이 돼지 저금통을 깨기도 한다. 이처럼 '돈을 저축한다'는 개념에서는 액수가 중요하지 않다.


호떡장사를 위해 아내와 내가 시골에서 호떡 굽는 연습을 했던 시간은 '따뜻하고 달근한 호떡'이라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선사하기 위해서 저축했던 시간이다. 그 시간들이 모여 우리는 호떡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고, 꽤 즐겁게 장사를 했다.


우리 시간의 가치를 말도 안 되게 낮게 잡아서 시급의 두 배인 2만 원이라 쳐도, 내가 하루에 한 시간씩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쓰면(저축하면) 한 달에 60만 원을 저금하는 셈이다. 시급의 10배인 10만 원으로 치면 한 달에 3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다. 내가 스스로 소중히 여기는 일에 시간을 저축하면 그 저축한 시간은 어디에 쓰나? 세상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감동을 선사하는 데 쓰인다. 분명히 쓰인다.


종이비행기 접기 전문가든, 정리 컨설턴트든, 구두를 닦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위해 투자(저축)한 시간은 세상에 감동을 준다.


그래서 나는 대박을 위해, 베스트셀러를 위해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음악을 공부하고 글을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일을 하는 습관을 들여 그저 시간을 저축하면 된다. 저축액이 얼마든 쓰일 데가 있다. 재정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말한다. '적은 돈을 모으지 못하면 큰돈도 모으지 못한다고'


그래서 나는 모을 돈이 그다지 없는 현실을 한탄하지 않고, 적은 돈과 함께 적은 시간들을 알뜰살뜰 모아 보기로 했다. 돈보다 귀한 시간이야말로 만인에게 공평하니까. 저축의 묘미는 매일매일 늘어나는 금액이다. 내가 '하루 한 시간 피아노 치기' 습관을 실천해 나간다면 그 시간들은 쌓인다. 칭찬노트에 날짜들이 기입되고, 칭찬스티커가 늘어난다. 그 기록들을 볼 때마다 누적금액(시간)을 더 늘리고 싶고, 동기부여가 된다.


한 달란트 받은 종처럼 현실을 원망하는 사람은 모든 가능성을 땅속에 묻어버린다. 대박이나 요행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과 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가치에 시간을 저축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 저축을 못하는 사람도 시간은 저축할 수 있다. 시간은 돈보다 훨씬 귀한 돈이다.




당신이 시간이라는 돈에 무지했던 사람이었다면 오늘부터 저와 함께 시간을 저축해 봅시다. 저축의 그 은밀한 즐거움을 함께 누리자고요. 단, 시간을 저축하기 위해선 기록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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