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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r 24. 2023

피아노 습관들이기 18일차에 내가 느끼는 것들


나의 2023년 목표 1번이 '하루에 1시간 이상 피아노를 반드시 연습한다'이고, 2번이 '한 달에 최소 4권의 책을 반드시 읽는다'이다. 1번 목표를 위해 습관들이기를 시작한 지 18일째다.(목표를 3월에 세움) 아직까지 빠트린 날 없이 순항 중이다. 『해빗』과 『원씽』을 읽고, 습관을 들이지 않고는 아무리 멋진 계획과 열정이 있어도 삶이 변하지 않겠다는 걸 강하게 느꼈다. 50 평생 내 삶이, 만족할 만한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그저 그런 인생으로 흘러온 이유 중의 하나도 습관들이기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막상 실천을 해보니 하루에 한 시간도 온전히 나를 위해 내어주고 집중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해빗』에 나오는 대로 인간은 의지가 아니라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게 맞았다.


다이어리에 연습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적고, 10분 연습을 마칠 때마다 체크한다.


집중을 스스로 방해하지 않기 위해 10분 단위로 끊어서 연습하고, 10분 동안은 물을 마시거나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서거나 폰을 보는 행위를 금지한다. 연습 시작 시간과 끝 시간도 기록하는데, 유난히 늦게 연습을 마무리한 날은 전날 음주나 과식을 했거나 블루스크린으로 애를 먹이는 컴퓨터를 붙들고 씨름하다 늦게 잤기 때문이다. 일하러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슬아슬하게 1시간 연습을 마치고는 한다.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오겠지만, 피아노를 연습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돈을 벌지 않고 피아노를 친다면 정신이 나갔고, 책임감이 없다고 할 것이다.


습관들이기를 시작한 지 겨우 18일째이고, 나는 현재 자식들이 독립하고 일도 비교적 프리해서 습관들이기를 방해하는 외부요인이 매우 적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매일매일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습관들이기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정리해 보겠다.



1. 스트레스 - 빚은 빚대로 있고, 돈도 많이 못 벌고, 음악의 진도도 끝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내가 하는 짓(피아노 연습)이 뻘짓만 같아 의욕이 떨어진다. 일하다가 생기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 때문에 소심해져 만사가 귀찮아지기도 한다.


2. 음주 - 음주 역시 기분이 좋을 때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울적할 때 맥주 한 캔 마시면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음주 후 컨디션 회복이 예전 같지 않다. 자기 전에 음주하면 다음날 기상 시간이 늦어지고, 머리와 위장도 맑지 않고 찌뿌둥하다. 귀중한 오전 시간을 1시간 이상 버리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자칫 습관 약속을 못 지킬뻔한 위기의 순간을 겪기도 한다.


3. 잡다한 생활의 소일거리들 - 설거지, 청소, 쓰레기 버리기... 이런 것들도 마음먹고 제대로 하려고 하면 끝이 없다. 그래서 일단 무조건 이런 일들은 '피아노 연습 1시간' 이후로 미룬다.


4. 성과에 집착 - 하루 1시간씩 18일째이지만 피아노 실력이 막 향상되고 그런 건 없다. 계속 안 외워지던 <Someone like you>의 80마디 반주 악보를 다 외운 게 그나마 성과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지 않고 치기가 아직 안 돼서 계속 연습하고 있는데, 손가락 터치도 굳어지는 것 같고 뭔가 감정이입이 안돼서(워낙 많이 쳤으니 안 그럼 이상하지) 힘들기도 하다.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 어찌 보면 더 힘들다. 균일한 손가락 힘과 절제된 감정을 같은 패턴 안에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들이기 초반(66일?)에는 성과에 집착하면 안 된다. 무조건 양으로. 잘하든 못하든, 발전이 있든 없든 일단 1시간 채우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5. 감정(기분) - 사람의 기분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왔다갔다 한다. 나이가 들면 사실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할 때가 많다. 어린아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신나는 것과 반대 현상이 아닐까. 이 기분에 따라 습관을 이행하려고 하면 곧 실패하고 만다. 기분에 상관없이(오늘은 피아노 치고 싶은 기분이 아닐지라도) 그냥 목표 시간을 채워야 한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그러면 습관 들이기에 도움 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끊임없는 동기 부여 - 현재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게 나를 가장 자극하는 것은 내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아저씨의 피아노 배우기>의 꼬마 팬이다. 댓글로 내게 안부를 전하는 이 귀여운 꼬마 팬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때로 손녀와 이야기하는 기분도 든다. 곡을 왜 안 올리느냐는 이 친구의 요구(?)를 위해서라도 연습해야 할 의무감이 생긴다.


2. 건강과 컨디션 관리 - 규칙적인 운동과 금주. 술을 끊어볼까 한다. 세상의 많은 낙 중에 어차피 선택하고 사는 게 인생인데 술 마시는 낙 하나 포기한다고 내 삶이 불행해지지는 않을 테니까. 술을 마심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것 같다. 아내도 음주를 싫어하고. 가끔 점심 식사와 함께 작은 맥주 한 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지만 그 이상은 피하려 한다.


3. 『해빗』 반복해서 읽기와 습관 일지 기록하기 -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진 않으니까. 그 내용을 대부분 잊는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읽어보면 정확하지 않다. 습관들이기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해빗』 을 주문해 놨다. 또 매일의 진행 상황을 기록하려 하는데, 이것은 현재 잘되지 않고 있다. 단 한 줄, 3분만 투자하더라도 기록을 꾸준히 해나가야겠다.


4. 목적 되새기기 -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을 항상 기억하자. 내가 왜 피아노를 치려 하는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내게 음악이 중요함을 깨달았는지, 음악을 연습하고 지속함으로써 내가 추구하려는 가치를 매일 돼새기자. 그렇지 않으면 잘하거나 출세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에 눌려서, 혹은 생활과 생계의 물결에 휩쓸려서 목적도, 목표도 흐지부지되기 쉽다.


5. 쉽고 작은 목표 끊임없이 세우고 달성하기 - <Someone like you>를 연습하면서 얻은 것도 꽤 있지만 - 계이름 마음속으로 읊으며 건반 치기, 멀리 떨어진 건반 치기, 검은 건반에 익숙해지기, 4분 47초라는 긴 곡의 악보 외우기 등등 - 내 수준보다 제법 높은 곡을 너무 길게 연습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사항이 아닌 것 같다. 우선 연습 시간이 굉장히 루즈하게 늘어지므로 연습에 탄력이 붙지 않는다. 내 수준에 맞거나 약간만 어려우면서 짧은 곡들을 빨리 패스해 나가는 게 의욕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 권장한다.




어릴 때부터 자유를 선호한 나는 습관이란 것도 일종의 규칙으로서 굉장히 딱딱하고 따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가 자유롭게 느끼고,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리듬, 화성, 멜로디라는 규칙 속에 움직이므로 규칙이 꼭 자유와 상반되는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감정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치는 존재이므로 일상생활을 잡아주는 규칙, 리듬이 필요하다. 이 리듬, 좋은 리듬이 곧 습관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 사람의 한계 숫자를 3, 5, 10으로 봤을 때 3일을 잘 지켰을 때 나를 칭찬해 주고, 5일, 10일에도 똑같이 칭찬해 준다. 한 달을 넘기면 스스로 뿌듯할 것이고, 66일을 넘기면 과학자들의 말대로 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됐는지 스스로 살펴볼 일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 습관 들이기(지키기)는 어떤 외형적인 성과 - 특히 남에게 인정받는 것 - 가 없어도 스스로 본캐(정체성)을 지켜냈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오로지 일과 생활에만 찌들려 살 때 느끼는 패배감이 아니라 말이다. 특히 하루의 시작을 좋은 습관(들이기)으로 출발하는 건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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