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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r 07. 2023

하루 1시간 피아노 연습 습관 들이기


2019년 9월부터 어설픈 작곡을 시작했고, 2020년 9월에 디지털 싱글을 발매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음악에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 4시간 주차 알바를 해봤지만, 힘든 노동과 고질적인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인지 시간 관리에 실패해서 작곡에 진전이 없었다. 나름의 몸부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현업 활동 중인 작곡가의 작곡 유료 레슨도 받아보고, 서울에 올라가 멘토로 여기는 작곡가의 유료 레슨을 무료로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작곡 연습과 공부가 꾸준히 되지 않았고, 늘 잡다한 생활 속의 일들에 떠밀려 뒷전으로 미뤄졌다. 2021년에 몸이 편한 풀타임 직장으로 고민 끝에 옮겼지만,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직장에서의 무기력한 존재감에 스트레스가 쌓여서인지 주말에는 아내와 여행 다니기 바빴다. 그래,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랴.


내가 작곡 공부에 있어서 1번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수월하게 피아노를 다루는 능력이다. 전문 연주자처럼 잘 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때그때 떠오르는 악상을 피아노로 대충 스케치할 정도, 멜로디에 맞춰 다양한 화성을 붙여 직접 반주하며 노래할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곡에 있어서는 피아노 말고도 드럼, 베이스, 화성학 등 배워야 할 게 태산이다. 기타로도 곡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기타도 잘 치면 좋다. 기타로 만든 곡은 피아노 베이스로 만든 곡과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그래도 작곡 초보자에게 있어서 음악의 기초는 역시 피아노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 연습에 집착, 매달리게 되었다...


피아노는 작곡처럼 전혀 진전이 없었던 건 아니다. 30강으로 구성된 『지은쌤의 30일 피아노 코드 반주』 교재 23강까지 진도를 나갔다. 그러던 차에 아는 형님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직장인 밴드에 들어간 게 실수였을까? 보컬이 원곡이 오로지 피아노 반주로만 구성된 아델의 'Someone like you'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해볼 만하다고 여겨 도전한 게 여태 붙잡고 끙끙대고 있다. 밴드를 그만뒀는데도. 완곡이 될 듯 될 듯하니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웬디 우드의 『해빗』을 읽고 나니 성취에 있어서 거의 모든 것이 습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칠판에 적을 때, 1번 항목이 '하루 1시간 이상 피아노 연습'이었다. 나는 현재 빚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피아노가 내겐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아버지의 쓰러짐, 요양병원 입원, 요양원 입소, 빚을 빨리 갚기 위한 투잡, 투잡 이후 퇴사 등 계속되는 생활의 파도 속에 음악에 집중하지 못했다. 누군들 나와 다르랴. 삶이란 원래 바람 잘 날 없는 게 아니던가. 허성태도 적지 않은 나이에 LG를 그만두고, 편의점과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며 단역을 전전하다가 결국 영화배우로 성공했으니 현실을 불평할 순 없는 노릇이다.


'최소 1시간 피아노 연습'이란 목표를 날마다 달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아노란 잘 치면 연주하고 싶고, 듣기 아름다운 음악을 발산하지만 연습은 재밌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빨리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지겹고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전략적으로 이 대단한 목표에 접근하기로 했다.  


1. 목표를 잘게 쪼갠다. - 10분짜리 모래시계는 이미 사놨다. 1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연습하기란 초보에게 특히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 10분은 견딜 수 있다. 10분도 힘든 사람은 5분짜리 모래시계를 사서 우선 '하루 30분 연습'에 도전하라. 노트에 6번까지 체크란을 만들고, 10분을 달성할 때마다 체크를 한다. 6번까지 다 채우면 자신에게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붙여준다.  


2. 기록을 해야 한다. - 그래서 오늘 아침에 어린이용 '칭찬스티커판 & 스티커'를 구매했다. 나도 음악에 있어서는 어린이니까 매일 스스로에게 칭찬스티커를 붙여주며 발전하고 싶다. 또 피아노 연습 일기를 쓴다. 나는 노션 달력을 이용한다. 매일매일 미주알고주알 고충과 발전 사항 등을 스스로와 이야기 나눌 필요가 있다. 매일의 내 피아노 연습 수다를 들어줄 사람은 없지 않은가. 나 자신 말고는.


3. 시간대를 지킨다. - 연습할 시간대를 일정하게 정해놓지 않으면 자꾸 칠 수 없는 상황, 핑계가 생긴다. 잠이 부족하면 나중에 낮잠을 자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연습해야 한다. 할당 시간을 채운 후에는 틈틈이 자유롭게 연습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4. 발전 상황에 민감해 하지 마라. - 우선 연습 시간을 채운 것에 만족하라. 실력이 얼마나 나아지고 있나를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별로 늘지 않는 실력에 절망하게 되고, 그러면 점점 더 치기가 싫어진다. 실력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은 장기투자한다고 산 주식을 날마다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초조해질 뿐이다.


5. 일정 기간 연습 시간을 잘 채우고 목표를 달성한 나에게 선물을 줘라. - 2주 혹은 한 달 연습 기간을 꼬박 지켰다면 주말에 가족, 친구와 가까운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하는 식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정말 몇 년 만에 피아노 1시간 연습을 이뤄낸 것 같다. 이걸 지켜내지 못해서,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라이더 일을 하면서도 늘 불안하고 찜찜했다. 현실에만 충실해서는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는 아침에 화장실 가기 전에 피아노 앞에 앉아야겠다. 화장실에 가면 또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강원국 작가도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다니 이 병 때문에 또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삶이 흐트러진다.


습관을 이뤄내기란 실생활에서 결코 쉬운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습관이 없는 삶이란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신용카드 빚 속에 허덕이는 소비생활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주변 환경에, 잡다한 하루 일과에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내 삶이 통제는 안되고, 변동은 심해서는 말이다. 피아노 연습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의 모든 습관이 마찬가지인 듯하다.


위의 실천 전략들도 사실 책에서 많이 인용하고 힌트를 얻은 것이다. 내가 피아노를 잘 치는 날, 작곡을 능숙하게 하는 날, 부자가 되는 날을 너무 멀고 길게 잡을 필요는 없다. 습관을 들인다면 그 시기를 많이 앞당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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