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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pr 11. 2023

남에게 인정받으려면 먼저 자신에게 인정받으라

피아노 습관 들이기 36일째


피아노 습관 들이기가 36일째로 접어들었다. 한 달이 지났기 때문에 연습 시간을 10분 늘려 총 70분을 연습한다. 사실 연습을 해보면 하루에 한 3~4시간은 해야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에 한 연습이 저녁때가 되면 손가락과 뇌에서 제법 지워져 있음을, 연주해 보면 알 수 있다. 아침에 연습한 후 그날 더 이상 연습하지 않고 다음날 같은 곡을 연습해 보면 확실히 어제의 상태를 복원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2~3일 지나면 당연히 더 까먹고, 어려워지고, 그러니까 또 더 연습하기 싫어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매일 연습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만 있을 때에는 그저 부담이고, 고통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건 맞는데, 악기 연습하는 건 싫어하는 걸 보면 내가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36일째 해보니 - 아직 36일밖에 안 됐지만 - 그 연습(실행) 과정 안에 안정감과 쾌감이 있음을 발견했다.


며칠 전부터 작곡을 위한 연습과 공부라는 느낌말고, 연주를 통해 힐링되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 비록 메트로놈을 매우 느린 템포(50)로 맞춰놓고 Queen의 'Love Of My Life' 쉬운 버전을 연주했지만 말이다. 파는 상품처럼 훌륭하진 않지만, 내 손으로 직접 키워 먹는 재미랄까?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 엇박에서 왼손과 오른손이 질서 있게 제 위치를 딱딱 찾아가는 느낌은 묘한 쾌감과 안정감을 준다. 「피아노, 나의 생존회로」의 저자 박신영이 책에서 말하듯 현재 '생계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이 피아노 치는 행위는 삶에는 질서가 있고, 그 질서를 찾아내고 지킬 때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는 깨달음을 주는 듯하다. 어질러진 나의 방과 재정상태도 느린 속도지만 딱딱 맞아떨어지는 이 피아노 연주처럼 질서를 잡아 나가리라는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3월 30일에 이 곡 연습을 시작했는데, 조금 더 부지런을 떨면 4월 15일 안에 완곡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면 쉬운 연주곡을 한 달에 두 곡씩 업로드할 수 있다. 목표를 정하면 더 동기부여가 되리라.


어제는 지역의 음악 선배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왔다. 지역 음악인들과 별다른 교류도 없이 혼자서 작곡한다고 끙끙대는 나 자신이 좀 답답해서 그 선배에게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그 선배는, 추구하는 장르는 비록 나와 다른 포크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 음반도 발매하고, 통기타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신다. 조언의 요지는 '첫째 서울에 가면 작곡이든, 연주든 날고 기는 사람이 천지니 현실적으로 음악적 성공을 너무 기대하지 마라.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하듯이 꾸준히 음악을 하라. 셋째 지역 음악계에서 교류하고 인정받고 싶으면 우선 자신의 포지션을 구축하라'였다.


첫째는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로 인해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건 몇 년 전에 깨달았다. 둘째도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나보다 더 오래, 깊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한 선배의 말을 들으니 더욱 성실히 음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됐다. 셋째가 내가 제일 생각지 못했던 핵심이었는데, 음악세계에서도 '나의 위치, 포지션,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는 거였다. 특히 지역 음악계에서 - 라이브 카페 같은 데에서라도 - 다른 음악인들과 어울리려면 연주가 되면 참 좋은데, 나는 그게 안된다. 어설픈 기타와 피아노 실력이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역 음악인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악기에 전념하기보다는 우선 본연의 작곡 공부에 충실하기로 했다. 곡만 좋다면 비빌 언덕은 있기 마련이다. 서울 아니라 세계라도 말이다. 그래도 지역 음악 선배들과도 자주 교류하며, 내가 쓴 곡들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해야겠다.


이니시스 창업자 권도균 대표는 유튜브 영상에서 '돈을 벌려면 남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남에게 인정받으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이 진정성이란 결국 내가 나 자신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젊었을 때는 먼저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실속 없이 아등바등 애써왔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인정하려면 삶이 충실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간, 돈, 계획이 통제 아래 굴러가고 습관화돼야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저자는 자기 글의 첫 번째 독자는 자신이라고 말한다. 맞다. 내가 인정받아야 할 첫 번째 대상은 나 자신이다. 브런치 글도 내가 읽었을 때 그럴듯해야 '발행' 버튼을 누르지 않나.


'아하! 50평생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의 내면을 채우고 삶에 충실하기보다 남에게 인정받기, 빨리 출세하기에 더 신경을 쏟았구나. 그러니 제대로 안될 수밖에'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지만 아침의 느린 피아노 연주에서 스스로 만족하듯 이제는 조용히 스스로 만족(충실)한 삶을 가꾸어 나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타인에게 선한 영향 - 그것이 음악이든, 글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 을 끼칠 만큼 역량도 자라고,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선배가 말한 '나의 포지션'은 내가 억지로 조급하게 만들려고 애써서 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내 내면과 일상에 충실할 때 조금씩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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