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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Sep 14. 2020

초짜 가수 차트 입성기

3613위 - 大 심수봉 누님보다 두 칸 위(하루만이라도 엄청 영광!!)

<산허리의 고목아>  이 노래는 사실 CJ ENM에서 개최하는 작곡 공모전에 출품하려고 만든 곡이었다.

두 곡을 출품해야 하는데, 한 곡 완성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고, 마감일이 다 돼가서 나머지 한 곡은 포기하고 기존 곡으로 보내려다가 어찌어찌 만든 곡이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4일, 내가 만든 완성도 있는 노래 중에 최단기간이 걸린 노래다. 전에 심수봉 누님이 콘서트 때 "사람들은 모르는데, 신 또는 어떤 영적인 존재가 자기에게 곡(멜로디)을 준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나도 이 곡을 만들 때 그런 느낌을 조금 받았다. 너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곡은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주위의 반응도 좋고, 현업 작곡가도 기획사에 보내보라고 좋은 피드백을 주셔서 남자 트로트 가수 한 40여 명에게 보낸 것 같다. 결국은 곡 파는데 실패. 대한가수협회 지역 관계자도 곡을 많이 칭찬해 주셨지만 어쨌든 지역가수에게 파는 것도 실패했다. 나는 '곡이 나름 좋으니 100만 원 이하에는 안 팔아야지'하는 혼자만의 마지노선도 정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ㅎ


그러다 든 생각이 '내가 비록 임영웅처럼 꿀성대도 아니고, 고음도 잘 안 올라가지만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 있다. 이 노래는 내가 만들었고, 내가 그 감성을 잘 표현했으니 내가 부른 그대로 음원사이트에 한 번 등록해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음원사이트 등록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 경험도 쌓을 겸 해서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음원사이트 등록을 하나 폭풍 검색에 돌입. 요지는 음원을 보내면 음원 유통업체에서 먼저 노래를 들어보고 승인을 해줘야 멜론 등 각종 음원사이트에 음원 등록이 진행된다는 거다. 요령은 우선 큰 유통업체에 1차로 보내고, 거기서 퇴짜를 맞으면 2차로 조금 규모가 작은 유통업체에 보내는 거란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왓챠 뮤직 퍼블리싱>이 첫 번째로 떴다. 왓챠는 내가 아는 바로는 영화 쪽에서는 이미 큰 업체인데, 최근에 음원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떨어져 봐야 본전이니 나는 곧바로 왓챠에 신청서와 음원을 보냈다.


그런데... 헉! 웬일이래?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답메일이 온 거다!!! 오메~~~

음원 유통 작업이 완료되면 국내 8개 음원사이트와 해외사이트에 등록이 된단다. 와! 신난다. 이게 꿈인가? 

누가 듣든, 안 듣든 공식적으로 음원사이트에 등록된다는 자체가 신났다.  할 일이 많았다.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야 하고(옵션), 해외에 유통해야 하니 가사 번역도 해야 해서 구글 번역기를 열심히 돌렸다.


그리하여 드디어 9월 9일 12시에 멜론 등에 곡이 올라왔다. 멜론 앱에는 없었지만 PC 웹 버전에는 장르 카테고리 밑에 트로트, 그 밑에 최신곡·최신 앨범 카테고리가 있었다. 최신 앨범은 인지도 있는 유명가수만 노출해 줬지만 최신곡은 유·무명에 상관없이 앨범 발매일 순으로 모두 노출해 줬다.

조혜련이 내 발매일 직전에 앨범을 발매했나 보다. 내 자리는 조혜련 바로 위.



기본 정렬이 발매일순인데 인기순으로도 정렬할 수 있었다. 나는 당연히 순위에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호기심에 50위 단위로 보여주는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한 1,000위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순위가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정말 대단한 인내심을 가지고 다음 페이지 아이콘을 끝없이 클릭질했다. 5,000위가 가까워져도 없길래 10,000위쯤 있나 하고 실망하려던 순간, 4231위에 있는 내 곡을 발견했다. ㅎ 이게 어젯밤의 일이다.

당연히, 오늘!!! 즐겨찾기 해뒀던 이 페이지를 찾아가 순위 변동이 있나 없나 확인해 봤다. 4231위에 내 곡이 없었다. 떨어졌을까? 올랐을까? 실망할까 봐 우선 떨어진 쪽으로 열 페이지를 클릭해봤다. 50 *10이니까 하위 500위를 확인한 것이다. 없었다. 그럼 올랐나? 다시 순위가 오른 쪽으로 클릭질 시작. 순위는 검색이 안된다. 클릭 노가다 계속.


그런데...



3613위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어제와 오늘, 하루 사이에 4231-3613=618위 상승! 차트 역주행 중!! ㅋㅋㅋㅋㅋ 요요미, 장민호, 배호, 심수봉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 아니겠는가? 난 아직 어설픈 초짜 작곡가 겸 가수인데~ 大 심수봉 누님보다 두 칸 위라니... 이거 실화냐???  사실 차트를 계속 넘기다 보니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미스트 트롯 7인방과 우리가 익히 하는 유명 가수들이 차트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고, 무명 가수의 이름을 발견하기란 가뭄에 콩나기였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




이러면 정말 노래 만들 맛 나겠다!! 기대도 안 했는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내일 어떻게 되더라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정말 기분 째진다!!!^^


※ 각종 포털에서 '산허리의 고목아'를 검색하시면 영상과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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