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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Oct 10. 2020

'살림남' 보다가 눈물 날 뻔했네

나이 들었나 보다, 늙었나 보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을 잠시 봤다.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지만, TV 마니아인 아내가 거실에 늘상 틀어놓기 때문에 밥 먹을 때나 거실을 거쳐 내 방으로 들어갈 때 잠시 본다. 아내도 나이가 들었는지 TV 볼륨이 점점 커진다.


'살림남' pd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든지, 머리가 좋은 사람 같다. 짠하게 사는 김승현을 출연시켜 나름대로 잘 나가게 해 놓더니, 역시 잘 나가는 연예인보다는 뭔가 짠한 연예인들을 출연시킨다. 나는 생판 모르는 노지훈 & 이은혜, 윤주만 & 김예린 부부가 나오는 장면을 잠깐 봤는데, 아! 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다. 늙었나 보다. 그들 부부가 사는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엽고 예쁘게 보일까. 벌이가 쉬원찮은 남편의 애교를 귀엽게 받아주는 아내가 이쁘고, 아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재롱떠는) 남편의 모습이 귀엽다. 그 모습들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우리 부부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지금은 아이들도 다 커 버리고, 저런 알콩달콩함을 잊고 산 지가 오래인 것 같다. 그렇다고 마음이 어른이 된 것도, 성숙해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몸과 생각만 늙어버린 거겠지. 우리 부부는 계획 없는 여행을 할 때 둘 다 가장 아이 같아지는데, 재밌게 살려면 엉뚱한 여행을 많이 해야겠지?


(기반을 잡은, 또는 생활 패턴이 딱딱해진) 중년의 연예인 부부에게는 동질감을 느끼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재미나게 사는 어린 부부들을 보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소꿉장난 같으면서도 그런 게 진짜 삶 같다. 이미 나는 아빠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미 그런 마음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래, 역시 산다는 건 사람 사는 냄새가 나야 해. 뭔가 어설프고 부족해도 서로를 위해주고, 별로 안 웃기지만 웃어주고, 세상에 잘난 사람 천지지만 당신이 최고라고 말해주고, 때로는 내 옆에 이 '당신'이 정말 최고 같아 보이고...




그런 게 사람 사는 맛이지! 예쁘게, 알콩달콩, 열심히 잘 사는 부부들이여! 모두 복받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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