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해 본 적 있던가.
어려서부터 죽음은 내 주변을 맴돌았다. 사랑하는 분을 일찍 여의며 사후세계와의 경계선은 점점 모호해져 갔다. 때로는 연인에게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말없이 사라지곤 했다. 긴 시간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단명에 잠식되기도 했다.
무엇이 이토록 처절해질 수 있었던 걸까. 돌이켜보면 그런 모습이 한탄스럽기만 할 뿐이다. 수많은 시절의 인연을 지나 내게 남은 건 결국 나의 작은 방이었다. 시작과 끝은 그곳에 있었다.
아늑하고 따듯한 곳, 나의 공간이다. 동시에 철저하게 홀로 남겨지며, 차가운 곳이기도 하다. 작은 방에 술과 기타를 곁들이면 통제되지 않는 이상이 펼쳐진다. 그 시간만큼은 모든 것이 無로 돌아간다. 어떤 두려움조차 남지 않은 채 가슴에서 나오는 얕은 고통만이 찾아온다.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은 그렇게 일상이 되어간다. 아물지 않는 흉터와 개화하지 않는 꽃 그 어딘가의 경계선에서.
삶을 나열하다 보면 뜻하지 않던 상황이 펼쳐지곤 한다. 마주함과 회피의 사이에서 늘 고뇌한다. 이제는 강점이 되어버린 무감각의 영역이 마주함의 순간에 버팀목이 되어준다.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때면 이 모든 것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소한 잡음일 뿐이니까.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