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 bam Mar 07. 2024

봄에 가까웠지만, 강원도는 여전히 하얗게 바래져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

이번 겨울 마지막 눈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과 함께 강원도에 지금 눈이 있을까? 하고 검색을 했다. 불과 1주일 반 전이었다. 서울은 생각보다 따듯해진 상태였고 강원도도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산 정상에는 듬성듬성 눈이 소복이 쌓인 정도였다. 도착한다면 '눈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대관령에 다다르자 엄청난 반전이 있었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눈이 쌓여있었다.


대관령 양떼목장

대관령 양떼목장을 목적지로 삼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강원도 어디에 눈이 쌓여있을지 짐작되는 곳은 많지 않았고 그저 내가 아는 장소로 이동했을 뿐이다. 당시 대관령은 거의 체감상 2m 높이의 눈이 쌓여 있었고 내가 잠시 이세계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정상까지 갈 수 없었지만, 눈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그저 눈 자체만을 보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던가. 눈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소박한 wishlist가 있다. 바로 눈 내린 홋카이도를 방문하는 것이다. 겨울과 일본,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겨울 삿포로를 가보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대되는 여행으로 남겨져 있다.




눈 내린 홋카이도에 대한 로망이 큰 만큼, 대관령이 홋카이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은 내게 감동 그 이상의 전율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대관령 사진을 본 모든 친구들이 이곳이 '외국'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왠지 모를 벅참과 함께 이곳은 '대한민국'이라고 답했다.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점차 눈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에 도착하니 눈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내가 다른 세계에 다녀온 것일까. 3월에 다다른 대관령은 정말 환상적인 여행 장소이다. 잠시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연상케 한다. 오래된 집 속 옷장을 여니 설원의 새로운 이세계가 펼쳐진듯한 그런 곳 말이다.


Photo by Ba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