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 옛날거리
경복궁을 저기로도 들어갈 수 있었나?
삼청동 쪽으로 정처 없이 걷던 도중, 경복궁 사이드 쪽에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을 지나칠 수 없었고 바로 그 게이트로 직행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고즈넉한 옛 가옥과 잔디는 나를 안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수작업으로 배열해 놓은 구름과 우리나라 옛 전통가옥은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큰길을 따라 쭉 들어오면 대형 불교사원 형태의 건물이 등장한다. 이 사원의 정체는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1층과 지하 1층 시설이며, 외형적으로 보이는 계단과 목탑은 출입할 수 없다. 실내에는 어린이 특화 콘텐츠를 주로 다루며 가족단위로 방문하기 적합한 곳이다.
하지만 국립역사박물관은 2030년 즈음 철거될 예정이다. 화려한 외관을 보면 유구한 전통을 자랑할 듯싶지만, 이곳은 원래 경복궁 선원전이 위치하던 곳이었다. 과거 경복궁 건축물들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로 인해서 이 건물을 허물고 선원전을 재건할 계획이 있다. 오히려 현재 박물관의 모습은 앞으로 약 10년만 눈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물관 외부에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바로 옛 거리를 실제로 구현한 곳이다. 이발소, 목욕탕, 문방구 등 실제로 안을 들어가면 예상외의 높은 퀄리티로 옛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 당시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문방구 앞에서 오징어게임의 딱지치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국립역사박물관은 일본인 민속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해 창립되었다. 해방 후 실질적으로 소속된 조직 없이 방치되어 왔으며, 차후 문화재관리국에서 시작해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치며 여러 기관에 소속되어 운영되어 왔다. 본관의 이름 또한 수없이 바뀌어왔는데, 고유 문화재가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던 적이 있을까. 그만큼 문화재 취급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본래의 목적지인 서촌을 향하며 박물관을 나왔다. 종로에는 수많은 역사 건축물이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 역사의 아픈 크기만큼 어떠한 장소든 저마다의 깊은 서사가 있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의 과거는 자국민으로서 기억해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이 있다.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