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인연
"00야, 뭔데 ㅋㅋ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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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너 진짜 울어?"
삿포로 여행 마지막 날 저녁에 친구가 울었다. 한 가지 이유는 이렇게 여럿이서 홋카이도를 올 수 있었던 것이 너무 소중해서이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이런 소중한 친구들이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항상 자기를 떠나서라고 말했다. 나는 딱히 그 말에 부정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살다 보면 시절의 인연이 생기기 마련이고, 나 또한 소중하다고 여긴 사람들이 현재 내 곁에 없기도 하니까.
특히 해외거주를 했거나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 특별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들에 대한 기억은 아직 내 머릿속에 생생하지만 지금은 안부를 묻고 싶어도 연락처조차 사라졌다. 아직까지도 예전 좋은 기억들을 들추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꽤나 태연히 "그랬었지" 정도로 마무리하고 현재에 충실하고자 마음먹는다. 그저 그들의 행복 정도 진심으로 바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에.
친구의 눈물에 대한 답으로 "아무도 안 떠나!"라고 외쳤지만 사실 시간은 냉정하고 시원하게 떠나간다. 친구의 우려처럼 여행을 같이 간 모든 이들이 미래에도 함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이렇게 말해야만 하는 나에게 "T네"라고 할 수 있지만 영원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자 사치이다. 현재에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감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스스럼없이 눈물을 흘렸던 내 친구에게 고마웠다. 내게는 그 눈물이 그 어느 것보다 솔직하고 시원했다. 여름날의 삿포로 바람처럼.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