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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Aug 03. 2023

백화점 마케터 출신이 보는 파리 백화점은 뭐가 다를까?

갤러리 라파예트, 봉 마르쉐, 쁘렝땅, 사마리텐

What's so Special?


파리의 수많은 백화점은 대체 뭐가 그렇게 특별한 것일까? 화려한 외관일까, 반짝이는 명품일까, 유서 깊은 역사일까. 오늘은 갤러리 라파예트, 르봉마르쉐, 쁘렝땅, 사마리텐을 중심으로 파리 백화점의 어떤 것이 특별하고 매력적인지 파보고자 한다.


갤러리 라파예트

파리를 가봤거나 파리의 백화점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파리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백화점 모습이다. 이곳은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이다. 이 클래식하고 웅장한 모습은 흡사 오페라 공연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시즌별로 시시각각 변하는 연출로 인해서 매번 새롭게 아름다운 자태로 변모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연출은 상상 이상의 경관을 보여준다. 이처럼 '공간' 그 자체가 파리 백화점을 특별하게 만든다.


출처: designhunger

파리의 백화점 공간은 '럭셔리' 그 자체이다. 소비자가 이 럭셔리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아해지는 느낌을 받고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욕구를 크게 일으킨다. 파리 백화점은 공간, 즉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백화점이 파리의 백화점처럼 공간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지는 7~8년 정도 되어간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현시키고 증명한 백화점은 아직까지 더현대 여의도점이 유일무이하다. 더현대 여의도점은 친환경 공간에 대한 컨셉을 중심으로 큰 정원을 실내에 연출했고 그 공간을 시즌별로 이벤트와 연출을 통해 고객유입의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타 백화점이나 타 아울렛 또한 공간 연출에 큰 힘을 싣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더현대 여의도의 경우 많은 공을 들인 건축물부터 내부 공간의 방대한 크기까지 하드웨어 규모 자체가 다르다. 그렇기에 연출을 했을 때 더 큰 빛을 발한다. MZ세대가 서울에 백화점으로 놀러 간다는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공간 그 자체의 하드웨어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더현대 여의도 크리스마스 연출

국내 백화점이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앎에도 파리의 백화점과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평매출'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백화점은 엄밀히 따지면 '유통사업'이 아닌 '임대사업'에 가깝다. 공간을 브랜드에 대여해 주고 마진을 받는 거래형태를 가진다. 그렇기에 과거부터 '평당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가?' 혹은 '그 공간은 죽은 땅이야'와 같이 공간을 매출화시키는 관습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평매출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평매출 효율화 작업과 공간에 대한 연출 간의 벨런스를 잘 지키지 않으면 매출과 브랜딩 둘 다 잃을 수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 옥상

이곳은 갤러리 라파예트의 옥상테라스이다.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에펠탑까지 관람할 수 있는 파리 명소 중 하나이다. 이처럼 테라스와 중앙 광장이라는 공간은 라파예트를 매월 1,0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만들어준다. 건물 외관조차 프랑스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이니 관광지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쁘렝땅 백화점

공간 이외에 파리 백화점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역사'이다. 파리 백화점은 '최초'의 수식어로 가득하다. 쁘렝땅 백화점의 사례로 무수히 많은 최초의 역사를 둘러보자. 우선 첫 번째는 '최초의 세일'이다. 쁘렝땅은 세일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했다. 시즌오프의 제품들을 최초로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며 당시에는 혁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서도 국내 백화점과의 큰 차이점을 볼 수 있다. 국내 백화점에서 표현하는 세일은 엄밀히 말하면 '백화점의 세일'이 아닌 '브랜드의 세일'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백화점 거래형태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직매입이 아닌 특약매입의 형태로 거래하며 재고부담의 리스크는 모두 브랜드에서 가져간다. 50~60%가 직매입으로 이루어지는 파리의 백화점 같은 경우,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서 더 큰 할인율을 기반으로 세일을 진행하기에 '진짜 세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Exclusive Item'과 같이 그 백화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아이템이 생길 수 있는 이유가 이 거래형태에서 나온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또한 직매입의 형태에서 나올 수 있는 큰 세일 이벤트 (미국은 80~90%가 직매입)


그 외에도 쁘렝땅 백화점은 '최초의 엘리베이터', '최초의 철제 외관', '최초의 전기조명', '최초의 남성쇼핑관' 등 수많은 최초 수식어들을 보유하고 있다. 최초의 전기조명 또한 고객이 저녁에도 낮과 같이 밝은 환경 아래서 쇼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쁘렝땅 여성관 최상층의 빈티지/중고 판매 공간
쁘렝땅 요가 수업 중

21년 9월, 쁘렝땅 여성관 최상층에 최초의 순환 경제 쇼핑 공간이 생겼다. 빈티지 상품을 재판매/재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러 이벤트 또한 함께 진행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요가 수업 이벤트가 진행 중에 있었다. 이처럼 쁘렝땅은 최근까지도 최초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마리텐 백화점

파리의 백화점을 특별하게 만드는 세 번째 포인트는 '명품'이다. 럭셔리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고 봐도 무방한 곳이 '사마리텐 백화점'이다. 그 이유는 LVMH그룹(루이뷔통 회사)이 사마리텐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인수 후 LVMH그룹은 역사적 공간 가치를 보존하며 현대적인 매력을 감미한 공간으로 백화점을 재탄생시켰다. 또한, 600개 이상의 브랜드와 유럽 최대 규모의 뷰티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 하면 명품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명품을 단순 사치의 개념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명품은 실제로 수많은 디자이너의 고뇌, 기술자의 장인정신, 브랜드 창업주의 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별한 명품을 품는 공간인 파리의 백화점 또한 특별해질 수밖에 없다.


사마리텐 백화점

마지막은 포인트는 '르 봉 마르쉐'이다. 사실 르 봉 마르쉐는 백화점 이름이다. 하지만 백화점 자체가 너무 특별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기 때문에 사심을 가득 넣어 추가했다. 앞서도 최초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이 백화점이 정말 최초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말 그대로 '세계 최초 백화점'이기 때문이다. 1838년에 지어졌으며, 쇼핑 외에도 전시와 문화 체험 공간으로도 저명하다. 쁘렝땅과 라파예트와 같이 백화점이 몰려 있고 유동인구 많은 곳이 아닌 센강 남부에 유동인구가 덜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별관 1층 식품 코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르 봉 마르쉐 별관 1층 식품관
르 봉 마르쉐 별관 1층 식품관

신선한 청과부터 주류 그리고 델리까지 식품관으로서 완벽하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국내 주류 반입이 2병으로 제한되어 있는 게 이때 가장 원망스럽다. 식품관에 'La truffle'이라는 레스토랑은 엄청난 가성비에 맛좋은 트러플 요리를 즐길 수 있기에 적극 추천한다.


르 봉 마르쉐 주류 코너


공간, 역사, 명품으로 굳이 나눠 파리 백화점이 특별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고객은 그렇게 나눠 느끼지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이 하나 되어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자부심을 준다. 그 무엇이 그 공간을 화려하고 멋지고 위대하게 만드는지는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 백화점이 가진 기풍 속에 합류하기를 원한다.


나는 파리 가면 쁘렝탕 애용하잖아~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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