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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Jan 28. 2023

[런던, 01] 인턴을 하러 떠나다.

영국 첫날의 인연, 버스정류장 할아버지

때는 바야흐로 대학생 시절, 나는 런던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졸업 전, 외국에서 공부보다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교환학생이 아닌 인턴을 리써치 하게 되었다. 내가 찾은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따는 것 혹은 영국 현지 대학교를 통해 학생비자를 받고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었다. 후자를 택하면 학교에서 학점을 인정해 주어 빠른 졸업이 가능했고 후자를 택했다. 그 후 약 6개월간의 준비를 통해 런던으로 떠났다.


밤 10시 정도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앞으로 몇 개월간 런던에서 머물 집이 있는 Swiss Cottage역에 도착하니 어느덧 밤 12시. 다음 날 아침 8시 런던에 거주하는 한국인 친구로부터 생필품을 나눔 받기 위한 약속이 있었고 억지로 잠에 들었다. 하지만 시차적응 실패로 새벽 4시에 잠이 깼고 더 이상 잠이 들지 않던 나는 생필품을 받을 빈 캐리어와 함께 무작정 외출을 감행했다.


어두컴컴한 새벽, 구글맵을 보며 친구가 사는 집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40분 정도를 걸었을까. 어젯밤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부터 아무것도 먹질 못해서인지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처에 보이는 건 모두 주택밖에 없었고 한국에 있는 그 흔한 편의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좀 더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지쳐있던 나는 정류장에 앉아 쉬었다. 그리고 새벽 6시가 되었을 즈음 어떤 할아버지가 정류장에 처음으로 나타났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다짜고짜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 근처에 아침을 먹을만한 곳이 있을까?"


그러자 할아버지가 답했다.


"이 근처에 연 곳은 없는데.. 음"


몇 초간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그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지금 세 정거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가는데 같이 가겠어?"


나는 그의 제안에 조금의 고민 후 'Yes'로 응했다.

5분 정도 지나서 2층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그와 함께 버스를 탔다. 나는 수중에 현금이 없고 아직 버스 카드도 만들기 전이었기에 할아버지가 내 대신에 버스비를 내주었다. 대신 내가 카페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음료를 사주겠다고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미소로 거절했다.


어느새 우리는 목적지인 Baker's Street에 도착했고 어느 한 카페로 들어갔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카페 분위기 속에서 분주하게 직원들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가게로 들어서자 매번 있었던 일인 듯 직원들은 할아버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Good morning, Peter"


나는 직원들의 인사하는 표정과 할아버지의 여유로운 웃음에서 이것이 할아버지의 모닝 루틴이라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이름이 피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할아버지는 각자 음료와 샌드위치를 시킨 후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 장소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브랜드야."


나는 그의 질문에 너를 그렇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여기는 'Pret a Manger'라는 브랜드야. 이곳은 당일생산 당일판매로 항상 신선한 샌드위치를 제공해 주지. 그리고 당일 남은 샌드위치는 노숙자들에게 무료 제공을 해주고 있어. 나는 이곳에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러 오고 있어."


그의 간결한 브랜드 소개로 금세 프렛타망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내가 런던에 온 이유', '한국에서의 삶' 등 여러 일상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여행지에 대한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Peter, 나는 인턴생활이 끝나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을 돌 계획이야. 너의 인생에서 네가 가본 가장 인상 깊은 유럽의 나라는 어디였어?"


그는 나의 답변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했다.


"Croatia,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야"


나는 친구 집을 향해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이야기를 끝으로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카페에서 나왔다. 20분 정도 걸었을까? 저 옆에 보이는 2층버스 안에 집에 돌아가는 Peter와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손인사를 나누었다.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다시 마주치는 것도 하나의 기적이 아니었을까.


런던 첫날에 우리가 나눈 이야기로 인해서 향후 박물관 인턴으로 일할 때 대부분의 점심을 프레타망제 샌드위치로 먹게 될지 몰랐고, 40일간의 유럽 여행 중 크로아티아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가 될지 그때의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가 후회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에게 나의 이름을 전해주지 못한 것.


"By the way, I'm Jin"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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