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대기 전력

'모든 앱 종료하기' 버튼이 필요하다

by 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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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하루하루 비슷한 것 같은데도 이유 없이 피곤하다.

항상 뭔가가 '켜져' 있는 느낌이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회사에서의 관계나 대화를 곱씹기도 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고민하고, 걱정하고.


출근길 지하철 안,

낯선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흔들리다 보면

내 마음속의 대기 전력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마치 주머니 속 스마트폰처럼.

겉으론 꺼져 있는데

사실은 수십 개의 앱이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고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배터리는 조금씩 줄어든다.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냥 유튜브를 켠다.

웃긴 고양이 쇼츠 영상 같은 거.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바라보다 보면

잠깐, 마음이 멈춘다.


마음에도 '모든 앱 종료 버튼’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내가 찾은 나름의 소소한 해결책은

밤하늘을 보며 조깅을 하거나,

소파 옆에 놓인 우쿨렐레를 집어 들 때.

악보를 켜 놓고 어설프게 뚱땅거리다 보면

마음이 가만히 조용해진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모든 걸 끌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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