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나간 사람들에 대하여

by 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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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연락처 목록을 정리하다가,

이제는 연락할 일이 없는 이름들을 스치듯 지나쳤다.

그중 몇 명은 한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던 사람이었는데.


어릴 적 친구, 대학 동기, 직장 동료,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

어릴 땐 그 모든 인연이 계속 이어질 거라 믿었다.

늘 연락하고, 언젠가 한 번쯤은 만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해 주고.


하지만 살아갈수록 깨닫게 된다.

손에 쥔 인연들도 흐르듯 흩어질 수 있다는 걸.


우연히 들은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그 마음이 떠나간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이 거짓이었던 게 아니다.”


마음은 본래 흐르는 것이고,

인연이라는 것도 그 흐름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임을.


어떤 관계는 계절처럼 짧게 머물고,

어떤 관계는 마치 나무처럼 오랫동안 내 곁을 지킨다.


하지만 그 길이와는 별개로, 그 순간만큼은 모두 진짜였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때 웃었던 것도, 때로는 서운했던 것도, 깊이 공감했던 것도, 모두 진심이었으니까.


제주에서 만난 친한 배우 지망생 동생의 말이 떠오른다.

“자기 인생에 출연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헤어질 땐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게 있다.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주연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어떤 장면에서는 분명 빛나는 조연이었다는 걸.


시절이 다해 떠나간 인연을 두고

‘왜 놓쳤을까’하는 아쉬움보다는,

‘고마웠다’라고 조용히 인사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렇게, 고마움을 배워가며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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