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때,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즉흥적으로 쓰기도 하고
이전에 써둔 글을 가져와서 조금 다듬고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전에 써둔 글들을 먼저 싹 올리자'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저장해 둔 글을 가져와서 보면
글에서 어색함이 느껴진다.
어색하다기보다는 묘하게 낯선 느낌.
단순히 퇴고를 한다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퇴고가 글의 문장을 다듬는 일종의 기술적 과정이라면,
이 낯섦은,
감정이나 생각의 변화에서 비롯된 거리감에 가깝다.
글을 쓸 때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결국은 그 순간의 내가 깊게 개입된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확신, 그때의 말투까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이 휘발되고,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 글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나는 이 감각을, ‘글이 익는다’고 표현하고 싶다.
막 써낸 글은, 뜨겁고 진하다.
지금의 감정과 생각이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뜨거움은 식고, 진하던 감정도 조금씩 흐려진다.
그렇게 식고, 묽어지고, 시간을 통해 깊이가 더해지면
그 글만의 새로운 맛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예전에 써둔 글을 꺼내 읽는 게
조금 설레기도 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다.
다시 열어봤을 때,
그때는 몰랐던 맛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