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지나가기에 더 소중한.
요즘 날씨는 어중간하다.
덥다고 하기엔 바람이 선선하고,
쌀쌀하다고 하기엔 해가 길다.
어릴 땐 겨울이 좋았다.
땀이 많아서 여름은 조금만 움직여도 샤워를 해야 했고, 답답하니까.
겨울은 적어도 껴입으면 되니까. 뭔가 통제가 가능한 계절 같았다.
언제부턴가 그 취향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아마 직장인이 되고 나서부터였을까.
겨울 아침은 침대 밖으로 나오는 일이 전쟁이고, 하루는 금세 저문다.
몸도 마음도 자꾸 안쪽으로 움츠러든다.
예전엔 몰랐는데, 겨울이 주는 그 특유의 허전함이 조금씩 느껴진다.
인간관계 때문인지, 삶의 어떤 퍽퍽함을 느끼고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대로 여름은 낮이 길다.
해가 길다는 건, 나에게 좀 더 많은 여유가 허락되는 기분이다.
덥긴 해도 실내로 피하면 그만이고, 무엇보다
여름 물놀이는 포기할 수가 없다.
요즘 날씨는 애매하다.
낮에는 조금 더운 듯하다가도,
저녁 산책 때는 겉옷 하나면 충분하고,
아침엔 이불 밖 공기가 밉지 않은.
어쩌면 가장 마음 편한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이 날씨가 오래갔으면 좋겠지만
며칠만 지나도 금세 계절이 바뀌고,
지금 느끼는 이 미묘한 균형도 사라지겠지.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잠깐이라서.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창문을 오래 열어두고,
괜히 산책을 한 번 더 나선다.
지금이 좋아서,
곧 지나갈 걸 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