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라오는 연습
누구나, 한 번쯤은 ‘루틴’을 만들어보려 애써본 적이 있지 않을까.
아침 운동, 식단 조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같은.
잘 될 땐 놀라울 만큼 착착 굴러가고, 스스로가 제법 멋져 보이기도 한다.
그런 날이 오래가면 좋겠지만,
이상하게도 꼭 어긋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지원한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일에서 도무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누군가와의 이별 혹은 가깝던 관계가 어긋나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아무리 잘 지켜왔던 루틴도 와르르 무너지고,
어딘가 삶의 균형도 무너지게 된다.
밤마다 배달앱을 켜고,
새벽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왜 해야 하는지도 흐릿해진 채.
생각해 보면,
인생은 내가 바라는 쪽으로 흘러가주는 시간이 훨씬 짧다.
학업, 커리어, 연애, 결혼, 육아, 주거, 투자 등등…
잘 풀리는 시기보다 어긋나는 시기가 더 많고,
계획대로 되는 날보다 아닌 날이 훨씬 많다.
그래서 어쩌면, 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건
한창 헤엄칠 때 더 속도를 내는 연습보다,
가라앉았을 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는 연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거나 도저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조차,
그럼에도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 어떤 루틴.
삶의 많은 부분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
나한텐 그게 달리기다.
당장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어디로든 달리는 건, 분명히 할 수 있으니까.
에어팟을 끼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생각이 잠시 멈추고,
어느덧 집 앞 횡단보도 앞에서 숨을 고를 때, 기분이 아주 조금은 괜찮아진다.
그런 ‘조금’ 들이 쌓이면 다시 올라올 수 있는 힘이 된다.
달리기든, 산책이든, 설거지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그래도 이건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루틴.
누구에게나 그런 게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